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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북한 언급 횟수 적어…"북한의 침묵으로 미국 내 관심 낮아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9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9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는 물론 의원들과 언론 등이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경우가 드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 등을 자제하면서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취임 이후 처음 ‘북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지난 2일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무부 브리핑을 시작한 이후 다섯번 째인 이날 브리핑에서 처음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국무부의 입장을 밝힌 겁니다.

매 브리핑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 문제는 다른 사안들에 비해 뒤늦게 거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백악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 열린 총 13번의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9일 현재 북한 문제는 2번 언급되는 데 그쳤습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 횟수가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 그리고 최근 군사 쿠데타가 벌어진 미얀마 사태 등이 채웠습니다.

이처럼 요즘 미 워싱턴 조야에서 ‘북한’의 영문명인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는 말을 듣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취임 약 20일이 지났지만, 행정부 인사들은 물론, 의회와 언론 등에서 북한 문제가 언급되는 횟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주요 당국자들의 연설이나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은 아직까지 활발하게 언급되진 않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대외 정책 방향에 관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대외 정책 방향에 관해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부를 찾아 미국의 외교를 주제로 한 연설을 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So, is the message I want the world to hear today: America is back. America is back. Diplomacy is back…”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되돌아왔고 외교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고 역설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이란을 언급했지만 북한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행한 여러 연설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북한이나 북 핵 등과 같은 사안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최근 몇 차례의 언론 인터뷰에서 단 한 차례만 북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했을 뿐, 인터뷰의 대체적인 내용은 다른 나라들과 관련된 사안에 쏠려 있었습니다.

물론 언론 인터뷰와 대변인들의 정례 브리핑의 경우, 기자들의 질문에 따라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 횟수가 좌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언론들의 관심 역시 북한이 아닌 중국과 이란 등 다른 나라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새 회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의회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달 19일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선 약 4시간 동안 상원의원 20명이 블링컨 당시 지명자에게 미국의 외교 현안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날 블링컨 장관에게 북한과 관련한 질문을 한 의원은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단 한 명에 불과했고, 이로 인해 블링컨 장관의 북한에 대한 언급도 마키 의원의 질문 2개에 대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차기 미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차기 미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북 핵 문제 해법에 마키 의원의 질문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답변입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 think we have to review and we intend to review the entire approach and policy toward North Korea because this is a hard problem that has plagued administration after administration…”

전반적인 북한에 대한 접근법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며,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은 미국의 행정부들을 괴롭혀 온 어려운 문제이고 실제로 더 나빠진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자신은 북한이 기본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한 일반 미국인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살펴보면, 지난 3개월 동안 ‘북한’이 검색된 비율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여러 나라에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앞서 도발이 심화됐던 2017년이나, 미북 1차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위중설이 돌던 2020년 4~5월, 이들 나라들에 비해 검색 횟수가 월등히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침묵’과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 ‘미국의 분주함’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Well I think the North Koreans have been relatively quiet because they're…”

북한 평양의 제2백화점에서 지난 12월 영업 시작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요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북한 평양의 제2백화점에서 지난 12월 영업 시작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요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기근 이후 가장 어려운 내부 상황에 처하면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대신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동시에 미국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큰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매닝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도 VOA에 “북한 스스로 시야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매닝 연구원의 해석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고스 연구원] “I think it's basically you know North Korea is behaving itself out of sight out of mind…”

다만 고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 역시 현재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행정부 내 인사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주목을 끌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현 시점에 미국의 입장에선 북한 외 다른 사안들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고스 국장은 어느 시점 북한이 침묵을 깨고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면서, 이 땐 미국에서 다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But at some point, they're probably going to end up doing something, that's going to get everybody's attention…”

고스 국장은 “미국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를 다루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이 무기 실험이나 도발을 하지 않는 현 시점이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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