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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북-중 교역 재개…의주비행장 방역장 구축 미흡으로 지연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에 대형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가 세워져있다.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에 대형 김일성, 김정일 부자 초상화가 세워져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으면서 중국과의 교역을 재개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의주비행장 내 방역장 완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면한 경제위기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는 대중 교역 재개에 대한 북한 정권의 다급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리병철 정치국 상무위원 등 군 수뇌부들을 해임 또는 강등 조치하면서 언급한 ‘중대사건’과 관련해 파악된 주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국정원이 파악한 ‘중대사건’ 가운데는 신의주 인근의 의주비행장에 설치 중인 방역시설의 가동 준비 미흡이 포함돼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이 “평북 의주 방역장 가동 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물자 공급 지원과 관리 부실 실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의주 방역장은 기존 군 비행장을 전용해 4월부터 북-중 화물운송 재개 거점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가동이 계속 지연돼왔다”고 전헀습니다.

군 비행장으로 북-중 접경지대에 위치한 의주비행장에 새 건물이 들어선 게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등을 통해 파악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너댓개 동의 가건물들로, 방역시설을 갖춘 대형 물류창고들로 파악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으면서 중국과의 물자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거점시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조중우의교 철도를 통해 예전엔 평양 인근 서포역으로 바로 물자가 들어오던 것을 이곳에서 소독과 방역 절차를 거치도록 하려는 구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봄부터 조중우의교의 재개통과 북-중 교류 재개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들이 꾸준히 돌았습니다.

국정원이 파악한 대로라면 북-중 교류 재개가 미뤄진 배경에는 의주비행장 내 방역장 구축 지연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내부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 방역 사이에서 갈등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교류 재개에 다급해하는 북한 정권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그 접촉 과정에서 코로나가 유입되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취약한 그들의 의료방역체계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도 있고 중국의 지원 혹은 심지어 외부세계 지원 없이는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고자 하는 생각이 강렬할텐데 지금 경제 상황은 워낙 나빠지고 있어서 그런 딜레마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전병곤 통일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편에 서서 협력 강화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정작 물적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실속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북한 입장에선 중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얻고 그것을 통해서 내부적으로 단속도 하고 외부적으로 입지도 다지고 이럴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중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도 보내고 지속적으로 협력도 하고 이런 것들을 했었음에도 지금 코로나가 계속해서 창궐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간 실질적 지원이나 교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민간연구소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는 북-중 교류 재개를 겨냥한 의주비행장 내 방역장 설치는 자력갱생 노선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고 박사는 자원과 자본, 기술이 크게 부족한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천명한 것은 장마당 활성화로 이완된 중앙계획경제를 복원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구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북한은 내부에서 북한경제가 필요한 모든 자원이나 중간재를 생산할 수 없는 나라거든요.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그 전엔 구 소련의 지원에 많이 의지를 했죠. 그런 의존도가 있기 때문에 개방형 경제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자원부족 때문에 항상 문제가 있는 그런 경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의주비행장 방역장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로 방역설비를 확보하지 못한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방역장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질책한 사안인 만큼 속도가 붙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장기간 북-중 교역이 중단돼 있었고 또 최근 북-중 관계가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북한 내 식량 위기나 물자 부족 사태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전면 국경개방은 아니더라도 필수품에 대한 화물열차 운행은 조만간 재개될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북한 소식통들은 북-중 교류가 곧 재개되려는 조짐을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북한 측 무역회사 대표와 주재원에게 식량과 철강재, 비료 등 시급하게 구입해야 할 품목들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해당 인력들이 중국의 무역업자인 대방들을 만나는 발걸음이 분주해졌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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