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 In this Sept. 9, 2017, file photo, visitors walk across the Yalu River Broken Bridge, right, next to the Friendship…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지 넉 달이 돼 갑니다. 이 조치로 북한의 장마당과 무역이 큰 타격을 입고, 외화난도 한층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1월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해당 부문에서는 국경.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해 비루스가 침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선제적으로 완전히 차단해야 하며…”

이 조치로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던 육해공 통로는 전면 봉쇄됐습니다.

평양에서 베이징, 선양,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며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정기 항공편이 끊겼습니다.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 (조중우의교)를 비롯해 10여 개 북-중 출입로도 차단됐습니다.

북한 청진의 장마당.

국경 봉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북한의 장마당입니다.

그동안 중국산 물자는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400여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국경이 갑자기 차단돼 물품이 들어오지 않자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연말 kg당 4천 118원이었던 쌀값은 2월 초 5천 670원까지 올랐다가 5월 20일에는 4천 524원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풀거나 단속한 결과라고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풀어서 조금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 당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장마당 상인들은 장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는 한국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지금 최고조로 완전 봉쇄를 하고 사람 이동도 못하게 하니까 바이러스 잡으려다 사람 잡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경 봉쇄가 몇 달 간 계속되면서 장마당도 잘 열리지 않는 등 상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조미료와 식용유, 설탕 등 수입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자 평양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은 전했습니다.

북-중 무역도 크게 감소됐습니다. 최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61만 6천 달러에 그쳤습니다.

북한의 월 대중 수출액이 100만 달러 이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의 대중국 수입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3월 북한의 수입액은 1천 803만1천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9천만 달러)의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북한 경제가 벼랑 끝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국장] “But given that North Korea has always been running…”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는 북한의 외화난을 한층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3억 달러 가량의 외화를 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국경 봉쇄로 인해 1월 말부터 모든 관광이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관광사업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at can create some kind of panic, financial market..

환율도 크게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간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8천~8천200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3월 19일 9천235원으로 크게 올랐다가 5월 20일 다시 8천 259원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환율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최근 달러 가치가 9천원까지 올라갔다가 8천원대로 떨어진 것은 정책적 개입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것이 이유인지는 북한 내부 사정과 정책 개입 여부를 자세히 봐야 할 것같습니다.”

식량난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북한이 코로나 사태 여파로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FAO는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1천10만 명이 불안정한 식량 상황에 놓여 있으며, 전체 어린이 가운데 20%가 영양 부족으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북한이 올해 86만t 가량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한 해 곡물 필요량은 550만t인데 지난해 생산량 464만t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식량을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북-중 국경이 차단돼 곡물 수입이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GS&J 인스티튜트 권태진 박사는 이미 북한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사실 작년 곡물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쯤은 곡물 가격이 높아야 하는데, 구매력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는데, 아직 식량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북한 평양역에서 행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북한이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18일 외국 공관에 대한 코로나바이러스 제한 조치들이 완화됐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대사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 외무성이 외국인들에게 평양 제 1백화점과 역전백화점 방문을 허용했다고 밝혀습니다.

앞서 북한은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한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이 가족, 친구 단위로 대성백화점과 류경원 등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가급적 빨리 국경 봉쇄를 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방역 상황에 큰 문제가 없으면 조만간 풀려는 시도를 할 것 같은데, 중국 상황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북한의 방역 상황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풀었다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딜레마인 것같아요.”

북한 수뇌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북-중 국경 봉쇄를 완화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