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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17년 만에 국채 발행...본격적인 외화난 신호”


북한이 지난 2003년 발행했던 '인민생활공채'.
북한이 지난 2003년 발행했던 '인민생활공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17년 만에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본격적인 외화난 신호로 보고 있는데요. 국채 발행의 효과와 한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은 최근 외교전문 잡지인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북한이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 전문가인 번 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와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이런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번 회장] ”It come from Daily NK, they have pretty good reputation.”

미국과 한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채 발행은 흔한 일입니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때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사람들은 이를 삽니다.

만일 연 1%의 금리에 10년 상환 조건으로 100 달러 짜리 국채를 샀다고 할 경우 구매자는 매년 1달러의 이자를 받고, 10년 뒤에는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북한도 지난 2003년에 공채를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전년도인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로 통화량이 급증하자 이를 다시 흡수하기 위해 공채를 발행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시 북한 당국은 ‘인민생활공채’라는 이름으로 500원, 1천원, 5천원 세 종류의 1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일반 주민들에게 판매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그 때도 발행했고, 경제적으로 위험한 고비가 올 때마다 발행했는데, 문제는 채권으로서 가치가 없으니까, 강제로 강매하는 게 특징이죠.”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이번에 발행하려는 것이 외화 표시 국채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로 표시된 국채를 시중에 판매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국채의 판매 대상은 일반 주민보다는 외화를 만지는 북한의 돈주와 무역회사, 공장, 기업소가 될 것이라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달러는 보통 노동자, 농민은 못 만지고, 장마당 돈주나 부자 사영기업 운영자, 외화벌이 관계자들이 외화를 갖고 있으니까, 외화를 긁어들이겠다는 거죠.”

문제는 돈주와 무역회사, 공장, 기업소가 당국의 의도대로 국채를 순순히 사들일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북한 당국이 약속대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지가 불확실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물자난, 외화난이 한창인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모은 달러나 위안화를 한갖 종이 쪽지에 불과한 국채와 맞바꾸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신흥 부유층인 돈주와 기업들을 압박해 국채를 떠안길 것이라고 번 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번 회장] ”Donju in difficult position, they got phone call or letter, if they don’t do that they probably access business permit..”

북한 당국은 돈주가 순순히 채권을 사지 않으려 할 경우 사업을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달러를 빼앗긴 돈주와 기업으로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지금 북한 경제가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외화를 주고 채권을 사라고 강매하는 것인데, 금싸라기같은 외화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안 살려고 할 것이고, 당국은 강매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큰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채 발행을 외화난이 본격화 되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6년 이전에는 석탄과 무기 수출, 관광, 개성공단, 해외 노동자 송금, 수산물 임가공 등 6-7개 경로로 외화를 벌었습니다.

그러나 석탄 수출을 비롯한 북한의 돈줄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차례로 끊겼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2018년도에 북한이 25억-58억 달러 정도의 외화보유고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58억 달러는 북한 정부와 민간에 있는 외화 총량을 의미합니다.

만일 북한 정권에서 외화를 총괄하는 노동당 39호실이 보유한 달러와 위안화만 계산하면 실제 외화 보유량은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2017년부터 밀가루, 담배, 술 등 각종 물품을 매년 20억 달러씩 중국에서 수입해 왔습니다.

따라서 외화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북한 당국이 민간에 있는 외화를 걷기 위해 국채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ssuing bonds is big deal you know usually they did not, very bad shape..”

실제로 북한의 외화난이 심각해진다는 조짐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환율이 출렁대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간 북한의 원-달러 환율은 8천~8천200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변동 폭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올 1월 9일 1달러에 8천84원이었던 환율은 4월 17일 9천39원으로 올랐습니다. 환율이 한 달 새 1천원 가까이 오른 겁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은 국채 발행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 경제를 살리고 싶으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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