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

쿠바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의장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2026년 8월 13일, 쿠바 아바나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의장이 그를 추모하는 정치·문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제임스 우스마이어 미국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에 대한 주 차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1996년 마이애미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 ‘구출의 형제들(Brothers to the Rescue)’이 운항하던 민간 항공기 2대가 격추된 사건과 관련해 1급 살인 공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항공기에 탑승했던 4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미국 시민권자였고 1명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던 쿠바인이었습니다.

우스마이어 장관은 19일 발표에서 “당시 일어난 일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었다.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이 사건과 관련해 카스트로 전 대통령과 다른 전직 쿠바 관리 5명을 기소한 연방 기소장을 공개한 지 5개월 만에 플로리다주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입니다.

플로리다주 당국에 따르면 당시 쿠바 혁명군 담당 장관이자 국가평의회 제1부의장이었던 카스트로는 ‘구출의 형제들’을 겨냥한 작전을 승인한 관리들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주 수사당국은 또 이른바 ‘와스프 네트워크(Wasp Network)’의 일원으로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던 쿠바 정보요원들이 ‘구출의 형제들’에 침투해 이 단체의 비행 계획에 관한 정보를 쿠바 당국에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1996년 2월 24일, ‘구출의 형제들’ 소속 항공기 3대가 플로리다 남부의 오파로카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쿠바의 미그(MiG) 전투기들은 이 가운데 2대를 격추했으며, 이로 인해 카를로스 코스타, 아르만도 알레한드레 주니어, 마리오 데 라 페냐, 파블로 모랄레스 등 4명이 사망했습니다. 미국 당국은 항공기들이 격추될 당시 국제수역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쿠바 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킨 계기가 됐으며, 이후에도 플로리다 남부의 쿠바 망명자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카스트로 전 대통령이 실제 미국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 등 향후 그에게 미칠 실질적인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카스트로 전 대통령이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 실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라울 카스트로는 더 이상 자국을 떠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특권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우호국에 가게 된다면, 결국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법적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없고 실질적인 효력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게시물에서는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그의 혁명을 수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도 20일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거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쿠바에 대한 추가 압박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전반에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2026년 5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라울 카스트로가 민간 항공기 격추 명령을 내린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자랑하기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점부터 그는 미국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는 도피범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 대통령에 올랐습니다. 2006년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으며, 2008년 공식 취임했습니다. 이후 201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2021년에는 쿠바 공산당 총서기직에서도 은퇴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 법적 파장 분석

베네수엘라 임시정부의 특별검사를 지낸 헌법, 국제법 전문가 호세 이그나시오 에르난데스는 VOA에 이번 체포영장이 카스트로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조치를 넘어 더 광범위한 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 당국이 외국 관리들의 범죄 혐의를 추적하고 사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체포영장은 마두로 사건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자국 영토 밖에서도 법 집행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미국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관습법상 의무가 있기 때문에 독재 정권 관리들이 미국 시민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에르난데스-로이 선임연구원은 카스트로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조치를 미국이 쿠바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보다 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르난데스-로이 연구원은 카스트로 전 대통령이 실제로 미국 당국에 체포되지 않더라도, 이번 조치가 쿠바의 다른 정치·군부 지도부 인사들에게 자신들도 유사한 법적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에르난데스-로이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쿠바 정부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쟁점인 플로리다 남부 지역에서 이번 조치가 갖는 미국 국내 정치적 함의를 간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르난데스-로이 연구원은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인지, 기존 권력층이 주도하는 체제 전환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면적인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인지에 있다”며 “압박 강화가 민주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오히려 쿠바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고 기존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에르난데스-로이 연구원은 결국 더 큰 쟁점은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