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쿠바 금수 반대' 결의안 통과...미국 지지국 늘어

마이크 왈츠 유엔주재 미국대사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상징적인 투표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찬성률로 지난 28일 유엔총회를 통과했습니다.

유엔 총회는 28일 섬나라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34년 연속 승인했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찬성 130표, 반대 17표, 기권 25표로 가결됐습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결의안이 찬성 165표, 반대 7표, 기권 12표를 기록했습니다.

비록 이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번 표결 양상의 변화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마이크 왈츠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 혹은 표결에 불참한 국가의 수가 거의 세 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왈츠 대사는 소셜미디어X를 통해 "아직 할 일이 더 있지만, 쿠바 정권의 부패와 탄압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제사회가 이들의 선전 선동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며 스페인어로 "쿠바에 자유를!"이라고 적었습니다.

입장을 바꾼 국가들 가운데는 독일과 이탈리아, 한국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 국가는 기존의 결의안 찬성 입장에서 기권으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의회 내 대표적인 쿠바 정부 비판론자인 플로리다주의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이번 표결 결과를 환영하며, 쿠바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디아스발라트 의원은 "쿠바 정권은 무너지고 있다. 더 많은 국가들이 깨어나 이 범죄자들의 실체와 그들이 무엇을 대변하는지 직시하고 있다"며 "이번 유엔 표결은 쿠바 독재 정권이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하거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찬성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유엔 회원국들은 미국 의회의 입법을 통해서만 해제할 수 있는 이 금수조치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쿠바, 미국의 외교적 압박 비난

반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표결 결과에 대한 미국의 표결 해석을 일축하고, 결의안 채택을 자국의 또 다른 외교적 승리로 규정했습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미국이 표심을 바꾸기 위해 타국 정부에 경제 제재와 비자 제한으로 위협하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X에 "그들의 터무니없는 핑계와 압박, 언론 플레이도 사실과 진실의 힘을 꺾을 수는 없다"면서 “#(해시태그) 쿠바는위협이아니다(CubaNoEsUnaAmenaza), 봉쇄 조치가 그렇다”고 적었습니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금수조치로 인해 장기간의 정전, 연료 부족, 생필품 난 등 자국이 겪고 있는 경제 위기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쿠바 경제난의 상당 부분이 쿠바 당국의 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쿠바에 대한 경제와 에너지 제재를 강화해 왔습니다.

외교적 충돌 속 쿠바 외교관 추방

표결에 앞서 지난27일 총회 토론에서는 왈츠 대사와 로드리게스 장관 사이에 격렬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측 대표가 쿠바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로드리게스 장관이 연단으로 다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대표단 사이에 고성과 항의가 오갔으며 유엔 측 관계자들이 제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번 충돌에는 유엔주재 쿠바 대표부의 리차드 투르 데 라 콘셉시온 1등 서기관이 개입됐으며, 왈츠 대사는 그가 미국 외교관을 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쿠바 대표단은 미국의 설명을 거부하고 오히려 미국 관리들의 행동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후 투르 데 라 콘셉시온 서기관에게 출국 명령을 내렸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