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중국특위위원장 “한중관계 변화, 미국에 중대한 위험”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년 1월 5일 / 자료사진)

미국 연방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우려를 표하며, 면밀한 검토와 공동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서한은 한국과 중국의 전례없는 정상급 교류,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차별 대우 등을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물레나르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

존 물레나르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중국을 향한 경제, 기술, 외교적 입장의 최근 변화는 미국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루비오 장관이 지난 6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의 선출직 지도자들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는 우려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변화하는 한중 관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루비오 장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한동맹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하다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마찰이 한국의 전략적 방향(alignment)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례없는 한중 정상 교류’

물레나르 위원장은 우선 한국과 중국의 정상급 교류 속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한 지 두 달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2026년을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되는 해로 규정했으며, 양국 관계의 발전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고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중 사이에 무역, 과학기술, 디지털, 지식재산권, 검역 기준 등에 걸쳐 14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고 밝혔습니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한국과 중국의 정상급 교류 가운데 행정부가 특히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며, 시 주석이 80년 전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중국과 한국이 함께 희생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은 “미국의 두 조약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이 “수출통제와 공급망에 관한 양국 간 소통 메커니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추진해 왔다”며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목적이 무엇이든, 이러한 소통 채널은 동맹국 간 수출통제 공조와는 별도의 병행 체계를 만들어낸다”고 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는 사실상 ‘미국에 대한 경제적 선전포고’에 해당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한국 기업들에 영향력 행사 가능’

물레나르 위원장은 “한국의 기술과 공급망이 여전히 중국의 강압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한중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중국 내에 상당한 규모의 생산시설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이 중국이 동맹국 공급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K Hynix 로고

이어 “미 행정부가 이들 시설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종료하고 매년 개별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는 올바른 결정”이라면서도 이 제도가 한국에는 중국과 타협할 상업적 유인을, 중국에는 한국을 정기적으로 압박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EU는 일정한 보안 조건만 충족하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적 지위입니다.

‘미국 기업들 차별 대우’

물레나르 위원장은 또 한국이 “중국 경쟁업체들에는 유리하게, 미국 기업들에는 불리하게 법을 편향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데이터 개인정보보호와 소비자보호 문제, 사이버보안, 제품 안전 위반 혐의에 대해 한국 당국의 대응이 더디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법인 기업들에 즉각적이고 반복적으로 집행 조치가 취해지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며 “이 같은 규제상의 격차는 한국 당국이 중국 기업과 관련된 심각한 보안 침해와 미국 기업에서 발생한 경미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월, 쿠팡 한국 법인의 해롤드 로저스 대표이사 대행이 고객 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 관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기업인 쿠팡에서 민감도가 낮은 개인정보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국의 11개 규제기관이 여러 방면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해 400건이 넘는 사업장 압수수색, 4천400건 이상의 자료 제출 요구가 이뤄졌으며, 최종적으로 총 4억9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제재금이 부과됐다는 것입니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한국의 플랫폼 정책이 미국 기업에는 부담을 주면서 중국계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특히 이러한 규제 격차가 기술 정책을 둘러싼 미한 간 공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중요한 국익을 둘러싼 동맹국 간의 입장 차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10월 31일까지 한중 관계 최근 동향과 이에 대한 행정부의 대응에 대해 브리핑 할 것을 국무부에 요구했습니다.

VOA는 미 국무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물레나르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