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9일 ‘평화와 국제법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필레이 전 대표는 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웠으며,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비백인 여성 판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국제형사재판소(ICC)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에서도 판사로 활동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비판하며, 이 기구를 ‘불량 기관’이라고 규정하고 모든 회원국에 탈퇴를 촉구해 왔습니다. 미국은 판사와 검사를 포함한 ICC 직원들에게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성명에서 “나비 필레이는 국가와 국가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었으며, 폭력과 분쟁의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맡았던 모든 직책에서 개인과 국가가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노벨위원회 위원장인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는 9일 필레이 전 대표가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집단학살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이어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통해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른 법치주의가 평화를 보장하고, 분쟁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구축한 체제의 근간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에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필레이 전 대표는 유엔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스라엘은 조사위원회의 이런 결론을 거부했으며, ICC의 활동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9일 필레이 전 대표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판하면서, 그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이스라엘을 끊임없이 악마화해 왔다”고 비난했습니다.
볼커 튀르크 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필레이 전 대표를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는 용기와 청렴성, 인권과 법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필레이 전 대표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이번 수상이 남아프리카공화국뿐 아니라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더 광범위한 투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ICC가 미국인을 기소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ICC는 미국의 제재 조치를 거부하면서, 이번 조치는 “법치주의와 국제법 체계의 근간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오전까지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필레이 전 대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비판하는 다른 이용자의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필레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증오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테러리스트들을 찬양하고 하마스에 보상을 안겨줬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