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전역에 대형 불고기 식당 11곳…누구를 위한 식당인가?

  • 최원기

북한 대성백화점 내부에 위치한 식당의 모습. (자료사진)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 전역에 문을 연 대형 불고기 식당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형 불고기 식당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어떤 식당들입니까?

기자)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자강도 강계시를 시작으로 평성, 신의주, 함흥, 청진, 원산, 사리원, 해주, 개성, 남포, 나선 등 11개 지방 도시에 불고기 전문 식당이 들어섰습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 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식당은 약 2,400~3,000㎡(700~900평)에 이르는 대형 식당으로,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대중 식사 공간뿐 아니라 가족 식사실과 야외 불고기 봉사장을 갖추고, 각종 불고기와 냉면, 청량음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 10월 8일에는 평양에도 모란봉불고기 전문 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진행자) 상당히 큰 식당들인데,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식당을 건설한 것이겠죠?

기자)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식당 건물 형성안을 직접 검토하고 식당 건설과 운영 과업 및 방도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를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식당을 건설하라고 지시하고, 실제 건설은 도당과 도인민위원회가 책임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의도에서 불고기 식당을 건설하라고 지시했을까요?

기자)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불고기 식당이 김정은 정권이 내건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시대부터 내건 사회주의 목표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0년간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부터 곡물 생산을 쌀과 밀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방에 옷 공장을 세우고, 평양과 농촌에 현대화된 살림집을 건설하면서 ‘이밥’, ‘비단옷’, ‘기와집’이라는 목표를 차례로 이루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 대다수의 식탁에는 아직 ‘고깃국’이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고기 식당을 건설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고깃국을 제공해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불고기 식당을 지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면 사 먹을 수 없는데, 주민들이 값싸게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나요?

기자) 북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을 보면 식당의 외관과 내부 시설, 음식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 주지만, 불고기 가격이나 일반 주민의 이용 빈도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불고기 식당은 돈 많은 돈주나 당 간부들이 주로 이용할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하는데요. 여기서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의 말을 들어 보시죠.

조충희 / 탈북미
“누구나 먹을 수 있지만 아무나 먹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먹을 수 있지만, 돈이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가격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보통 평양에서 삼계탕 한 그릇이 외국인에게 4.5달러에서 6달러에 팔리는데, 5달러로 계산하면 북한 돈으로 35만 원이거든요. 불고기 한 끼 먹겠다고 35만 원, 쌀로 환산하면 10kg인데, 한 달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불고기 식당은 권력층이나 돈주들을 위한 것이다.”

진행자) 국가와 노동당이 직접 나서서 불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 아닌가요?

기자)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불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돈주 등 신흥 부유층의 돈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조충희 씨의 말을 들어 보시죠.

조충희 / 탈북민
“북한에서는 식당, 여관 관리를 급양, 사회 급양이라고 하는데, (불고기 식당은) 실제로는 국가나 지방인민위원회가 주민들 또는 돈 많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 주민들에게 고깃국을 제공하고 싶으면 배급을 통해 고기를 공급하면 될 것 아닙니까?

기자)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불고기 식당을 열었다는 주장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조충희 씨의 말을 들어 보시죠.

조충희 / 탈북민
“이것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인민들에게 고기를 먹이려면 축산을 발전시키고 시장에서 싼 가격으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인민을 위한 겁니다. 이건 반인민적 행위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대형 불고기 식당 11곳을 운영할 만큼 고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것도 문제입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국내 축산 농장만으로는 11곳의 불고기 식당에 필요한 고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육류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2021~2022년에는 육류 수입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국경이 다시 열린 2023년에는 846만 달러 상당의 육류를 수입했고, 2024년에는 2천438만 달러, 2025년에는 3천897만 달러로 수입액이 급증했습니다. 이로 볼 때 북한은 불고기 식당 운영을 위해 육류를 계속 수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결국 불고기 전문 식당이 늘어났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이 개선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적으로 들어선 대형 불고기 식당은 북한 당국이 주민 생활 개선을 강조하는 선전 시설인 동시에 돈주와 당 간부 전용 시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주민에게 불고기 식당은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큽니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북한 전역에 문을 연 대형 불고기 식당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