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사진 한 장에 담긴 권력…김정은의 ‘사진 정치’

  • 최원기

2026년 10월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중대장 회의 도중 손짓하며 발언하고 있다.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정치’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중대장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군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이 27일 조선인민군 제3차 중대장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중대장 대회 참가자 수천 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성기 국방상, 리영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유광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해 온 ‘사진 정치’의 한 사례입니다.

진행자) 어느 나라나 최고 지도자와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일 텐데요. 북한에서는 그 의미가 좀 다른가요?

기자) 네,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와 찍은 사진이 단순한 기념사진을 넘어 특별한 인정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데요. 여기서 북한 전문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체제에서 수령, 최고 지도자가 워낙 절대적인 존재이다 보니, 한 번 만나거나 사진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각별한 대우를 받습니다. 또 군인들 중에 모범 병사라서 김정은이 악수를 해 주거나 하면 노동당이 특별히 배려해서 보직과 장래 진출까지 챙긴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기념사진 촬영을 통해 어떤 정치적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인가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런 사진 촬영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주민과 군인들의 충성심을 끌어내는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군인과 노동자, 과학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에서 기념사진은 개인에게는 영광과 인정의 상징이지만, 지도자에게는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정치적 수단인 겁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진 정치를 하나요?

기자) 2013년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학술지 ‘현대북한연구’에 게재된 ‘김정은의 이미지 관리 전략’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사진을 분석한 것인데요. 2012년 1월 1일부터 2013년 5월 31일까지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은 총 599장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1주일에 7.58장의 김정은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과거 김일성의 경우 1주일에 1.32장, 김정일의 경우 1주일에 3.92장의 사진이 실려 전체적으로 1주일에 2.04장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보다 3배 이상 사진이 자주 실렸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은 수백, 수천 명과 단체 사진도 자주 찍지 않나요?

기자) 자주 찍습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7일 중대장대회 참가자 수천 명과 기념사진 촬영을 한 것 외에도 2월엔 열병식 참가 군인, 6월엔 조선소년단 창립 80주년 기념대회 참가자들, 9월엔 제15차 전국교원대회 참가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촬영 대상은 학생, 청년, 노동자, 여성, 교원·연구사, 예술인 등 다양합니다.

진행자) 북한에서는 어떤 부서가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촬영과 관리를 담당하나요?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촬영과 관리는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담당합니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1호 사진’이라고 하는데, 촬영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따로 있고 검열을 거쳐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가 사진을 배포합니다. 결국 사진 한 장도 지도자를 어떤 모습으로 포장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만들려고 했던 이미지와 집권 후반부에 만들려는 이미지에 차이가 있나요?

기자)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12월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됐는데요. 집권 초기에는 ‘백두혈통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할아버지 김일성과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인민복을 자주 입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애로운 어버이’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다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영종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인민을 위하는 지도자, 또 자애로운 어버이 이미지를 연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노동신문에 실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은 우상화의 수단인 동시에 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가 되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인데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1일 이후 20일간 노동신문에 사진이 실리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확산됐습니다. 그리고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잦아들었습니다. 최근에도 미국과 중국, 유럽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김정은 사망설이 확산하자, 그는 10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경공업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를 불식시켰습니다.

진행자) 중요한 것은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 주민을 편안하게 만들고 잘살게 만드는 것, 이런 것 아닐까요?

기자) 네, 결국 지도자의 이미지는 실질적인 성과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더라도 주민들의 실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선전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성패는 지도자의 이미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식량 사정, 물가, 생활 수준 같은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 정치의 배경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