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백브리핑] 세계 유행 선도하는 미군 전투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투복을 입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미군이 신형 전투복을 입을 때마다, 세계 여러나라 군대가 그 기능과 형태를 배워가거나 모방합니다. 미군 당국이 전투복 개선을 위한 연구 개발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실전 효능까지 검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민간인들도 멋스러운 옷차림을 위해 전투복, 특히 미군 전투복을 본떠 ‘밀리터리 룩’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미군 전투복의 역사와, 이것이 우리의 패션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 방송에서, 미군이 공식 석상에서 입는 정복, 그리고 거기에 부착하는 표식들의 의미도 알아봤는데요. 정복을 항상 입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물론 아닙니다. 미군 장병들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복장을 갖춰놓거든요. 첫째, 영어로 ‘서비스 드레스(service dress)’라고 하는 정복입니다. 공식 행사나 검열 때 입는 옷인데요, 주로 외부 행사가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고위 장성이나 지휘관들이 의회에 증언하러 나올 때 정복 착용이 원칙입니다. 정복에서 파생된 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이전 방송 시간에도 말씀드린 연회복인데요. ‘메스 드레스(mess dress)’라는 건데, 이건 장교들한테만 해당하고요. 병사나 부사관들은 연회나 공식 만찬, 무도회 같은 곳에서도 서비스 드레스, 정복을 입습니다. 다만 장교가 아닌 경우에도 고위급 부사관, 즉 연대급 이상 주임원사 정도 되면 메스 드레스, 연회복을 따로 갖춰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둘째, 오늘 자세히 설명해드릴, ‘배틀 드레스(battle dress)’라고 하는 전투복입니다. 얼룩덜룩한 위장 무늬가 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복입니다.

앵커) 대체로 군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전투복 차림이잖아요?

기자) 그렇죠? 미군 장병들은 일상 과업 수행을 비롯한 평상시 복무 전반에 전투복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요, 파병과 전투 임무 참가를 포함한 작전 수행 복장도 전투복입니다. 그러니까 보통의 군인이라면 거의 모든 상황에 전투복을 착용합니다. 군 생활 대부분의 시간을 전투복을 입고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은 물론이고, 착용시 편안함, 내구성을 비롯한 일반적인 의류 품질에도 당국이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되도록이면 보기에도 멋지도록, 디자인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미군에 입대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투복을 포함한 초기 보급품을 수령해 더플백에 담는 것이거든요. 육군의 경우 어느 신병훈련소를 가든, 전투복을 받는 입소 중대의 병참시설 입구에 커다란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앵커) 신병들이 처음 전투복을 지급받는 장소에 붙어있는 사진, 어떤 모습인가요?

기자) 깨끗한 전투복을 잘 차려입은, 모델 같은 외모의 병사가 팔짱을 끼고 몸을 살짝 틀어 선 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사진 위에 두줄로 장병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써 있는데요. 첫째 줄에는 작은 글씨로 “You are going to be”, 둘째 줄에는 큰 글씨로 “THE WORLD’S BEST DRESSED SOLDIER”라고 돼 있습니다. ‘귀관은 이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옷 잘입는 병사가 될 것이다’라는 뜻인데요. 미군 당국이 전투복 디자인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으며, 또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가 이 한 문장에 들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전투복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하나는 전투복, 다른 하나는 정복 또는 연회복, 이렇게 두 가지 복식을 모든 미군 장병들이 항상 갖춰놓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정복 또는 연회복 착용은 사회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동시에, 군인의 명예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가슴에 자신의 훈장이나 표창 등, 그리고 참전 경력, 근무 이력 등을 표시하는 ‘약장’을 줄줄이 맞춰 다는 것이고요. 반면에, 전투복은 단순한 복식이 아니라, ‘적과 싸워서 이기는’, 군인 본연의 사명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기능을 최우선으로 제작하고, 계속해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전투복은 기능이 최우선이다, 그러고보니 전투복에는 약장을 비롯한 훈장 같은 것들은 달지 않고,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표식을 최소화하는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전투복의 기능에서 최우선은, 적의 눈에 최대한 띄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얼룩덜룩한 위장무늬가 기본 바탕인 거고요. 그 위에 불필요한 표식은 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은·엄폐에 탁월한 위장무늬를 입었어도, 알록달록한 약장을 가슴에 달았다거나, 화려한 부대 마크를 표시하고 있다면, 멀리서도 적들이 알아볼 수 있겠죠? 그래서 전투복에는 소속 군종(US ARMY, US MARINES 등)과 해당 장병의 이름, 그리고 계급 등만 단촐하게 부착합니다. 어깨에는 성조기와 부대 마크를 표시하고요. 부대마크 조차도 색을 모두 뺀 걸 부착합니다. 전투복의 바탕색과 같은 색상에, 검은색 바느질만 사용해 만든 부대마크인데요. 쉽게 말하면 ‘흑백’입니다. 성조기도 작전 투입 시에는 흑백 성조기로 바꿔 부착합니다.

앵커) 평시에는 ‘컬러’ 성조기, 작전 투입 시에는 흑백 성조기, 이렇게 두 가지를 모든 미군 장병들이 갖고 있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어깨의 컬러 성조기를 흑백 성조기로 바꿔 붙이는 순간, 이 순간이 미군 장병들한테는 중요한 의미인데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고 작전에 투입되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흑백 성조기는 또한, 야전에서 유사시 장병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앵커) 작전 시 전투복에 부착하는 흑백 성조기가 안전을 지켜주는 기능을 한다고요? 어떤 기능인가요?

기자) 일반적인 직물로 만들어진 평상시의 컬러 성조기와 달리, 작전 시 부착하는 흑백 성조기는 딱딱한 재질로 제작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특수 화학물질이 칠해져 있는데요. 이 화학물질이, 적외선으로 탐지했을 때 아군임을 표시해주는 신호를 발산합니다. 그래서 이 흑백 성조기를 ‘IR 플래그(infrared flag)’라고 하거든요. 이밖에 미군 전투복에는 곳곳에 적외선 신호를 내보내는 장치가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찍찍이’라고 하는 벨크로(Velcro) 단추로 이 장치를 덮어놓습니다. 특별히 야간에 이 기능이 중요한데요. 야간 투시경으로 사격 지점을 정찰할 때, 특히 공중 폭격 등을 진행할 때 아군과 적군을 쉽게 식별하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앵커) 단순한 옷이 아니고 특별한 기능을 장착했네요. 전투복 바탕의 위장색, 얼룩 무늬도 계속 바뀌었죠?

기자) 네, 그런데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군 전투복에 얼룩 무늬는 없었습니다. 소위 ‘민짜(무늬없는)’라고 하는, 올리브색 단색이었습니다. 가슴 주머니 두 개가 달린 상의를 직선 바지 안으로 넣어 입는 방식이었는데요. 1981년에 미국 육군이 얼룩 무늬 전투복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갈색, 녹색, 검정, 모래색이 섞인 ‘우드랜드’ 무늬였는데요, 앞서 진행된 베트남 전쟁 당시 정글용 위장복 실험에서 검증한 결과로 제작한 겁니다. 올리브 단색보다 숲이나 정글에서 윤곽을 흐려, 눈에 덜 띈다는 판단이었는데요. 이걸 미군에서는 ‘BDU(Battle Dress Uniform)’이라고 불렀는데, 20여년 간 입었습니다. 상의를 바지 밖으로 내어 입는 방식이었고요. 바지 허벅지 바깥 쪽에 커다란 주머니를 부착하고 덮개까지 달아, 지도와 탄창, 나침반, 전투식량을 넣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물(cargo)’을 담을 수 있다고 해서, 이 바지를 카고 팬츠라고 합니다.

앵커) BDU라는 전투복을 도입하면서 단색에서 위장색으로, 그리고 직선 바지에서 카고 팬츠로,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진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미군을 따라 한국군도 BDU와 거의 같은 형태의 얼룩 무늬를 입기 시작했고요, 이른바 ‘개구리복’이라고 불렀습니다. 얼룩 무늬가 개구리 몸체와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군대가 이것과 비슷한 형태의 전투복을 만들어 입게 됐습니다. 그리고 카고 팬츠는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특히 ‘X세대’라고 하는 1970~80년대 생들이 성인이 된 199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한 길거리 패션에서 카고 팬츠가 선풍적인 인기였는데요. 지금도 유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BDU를 20여년간 입었고, 그 다음엔 어떻게 바뀌었나요?

기자) 2000년대 들어 더욱 혁신적인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디지털 무늬’를 도입한 건데요. 작은 사각형 형태인 ‘픽셀’을 촘촘히 배열해서, 멀리서 보면 보다 자연스러운 위장 효과를 내도록 한 겁니다. 미 해병대가 컴퓨터로 설계한 형태를 기반으로 한 건데요. 육군이 디지털 무늬를 기반으로, 옅은 회색 또는 옅은 연두색 처럼 보이는 전투복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ACU(Army Combat Uniform)’라고 부르는데요. 베트남의 정글 전투에서 실험한 BDU와는 달리, 도시나 마을의 건물 주변 등에서 은폐와 엄폐에 유리한, 현대전과 시가전에 유리한 위장 기능이었습니다. 미 육군의 ACU 이후, 세계 각국이 디지털 전투복을 앞다퉈 착용하기 시작했는데요. 한국군은 지금도 디지털 전투복을 입고 있습니다. 다만 미군처럼 시가전에 특화된, 옅은 색은 아니고요, 한반도의 자연환경에 맞는, 보다 짙은 녹색과 황색 계열이 섞여 있습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개혁·개방 이후, 미군의 복식을 적극적으로 모방해왔는데요. BDU와 같은 우드랜드 위장 무늬를 사용하다, 지금은 ACU처럼 디지털 무늬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디지털 무늬 도입과 시가전에 특화한 것 외에, ACU의 특징이 뭔가요?

기자) 장병들이 전투복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BDU 시절에는 명찰과 계급장, 부대 마크 등을 일일이 바느질하거나, 재봉틀에 의존해야 했었는데요. ACU는 벨크로로 붙였다 떼었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하나는 다림질 문화입니다. BDU 시절에는 군복을 빳빳하게 풀 먹여 다리는 것이 장병들의 자부심이었는데요, ACU부터는 풀 먹임과 다림질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칼각’ 다림질이 꽤 신경 쓰이는 일이었는데, 이런 문화가 없어진 겁니다.

앵커) 현재 미군이 입고 있는 전투복은 뭔가요?

오) 육군의 경우, ‘OCP(Operational Camouflage Pattern)’라는 걸 입고 있는데요. 장병들은 흔히 ‘멀티캠(MultiCam)’이라고 부릅니다. 2010년 무렵부터 아프가니스탄 파견 병력에 지급된 특수 위장복이 멀티캠이었는데, 이걸 기반으로 개발해 육군 전체에 보급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갈색과 황갈색 바탕에 크림색, 여러 톤의 녹색이 겹친 무늬인데요, 공군과 우주군도 같은 OCP를 입고 있습니다. 해병대의 경우, 여전히 디지털 무늬 기반의 짙은 색 전투복을 착용 중인데요. 현재 독자적으로 차세대 전투복 개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평가 단계여서,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미군 전투복이 단순한 복장을 넘어 최첨단 기술과 실전 경험이 집약됐고, 일상에서 무심코 입는 카고 팬츠나 밀리터리 룩 속에도 군의 치열한 연구와 기능성이 숨어 있었던 거네요.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