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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안보 백브리핑] 미군 가슴의 이력서- ‘리본’을 보면 알 수 있는 것들

약장과 휘장이 부착된 군복 (자료사진)
약장과 휘장이 부착된 군복 (자료사진)

Intro) 미군 장성이나 고위 장교들이 뉴스 화면에 정복을 입고 등장할 때, 가슴 한쪽에 알록달록한 직사각형 표식을 무수히 달고 있는 모습,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멀리서 보면 색동무늬 같기도 한데요. 그것들이 과연 뭘 의미하는지, 왜 저렇게 빼곡히 달고 나오는 건지, 그 속에 담긴 정보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미군 제복을 보면 한쪽 가슴에 알록달록한 부착물이 정말 눈에 띱니다. 이게 정확히 뭐라고 불리는 겁니까?

기자) 공식 명칭은 ‘리본(ribbons)’이고, 한국어로는 흔히 ‘약장’이라고 합니다. 군대 생활 동안 받은 훈장, 포장, 표창을 비롯한 모든 상훈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고, 전투 참가 경력, 근무 이력까지 표시하는 건데요. 왜 약장을 다냐면, 군대에서 받는 상훈들이 보통, 목에 거는 메달 형태입니다. 올림픽이나 국제 체육행사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 메달들을 목에다 주렁주렁 걸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거추장스럽고 무거우니까요. 그래서 메달마다 달린 끈 부분의 천을 작게 자른 것을 왼쪽 가슴에 붙이는 겁니다. 나는 이런 저런 상훈들을 받았고, 이런 저런 전투와 임무에 참가했다는 표식인 것이죠.

앵커) 단순한 장식용이 아닌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슴의 약장은 상훈과 전투 참가 경력, 근무 이력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군인의 이력서’인 셈인데요. 메달마다 끈의 색과 디자인, 줄무늬 등이 각기 다르고, 거기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 장병들은 정복 가슴의 약장을 보통 ‘과일 샐러드(fruit salad)’라고 부르거든요. 여러 색깔이 알록달록하게 모여있어서 샐러드와 비슷해 보이고, 배고플 때 뜯어먹고 싶다, 이런 농담조의 별칭인데요. 뜯어먹고 싶다고 하는 건, 애증이 담겨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약장을 관리하는 게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앵커) 약장에 왜 애증이 담겨있다고 합니까?

기자) 부대마다 정복 검열(dress uniform inspection)을 주기적으로 하는데요. 이 때 약장을 제대로 부착했는지를 꼼꼼하게 봅니다. 줄도 비뚤어지지 않게 달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약장 하나하나를 정확한 순서와 규칙대로 배열해야 하거든요. 군대 내규에 약장의 색상, 줄무늬의 폭, 배치 순서까지 세세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맞추는 게 초급 병사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앵커) 검열에서 불합격하면 어떤 조치를 받나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육·해·공군, 그리고, 해병대와 우주군 모두, 정복을 제대로 관리하고 착용하는 것을 군인의 명예와 연결지어서, 내규에 따라 철저히 다루거든요. 그래서 어려움을 느끼는 초급 병사들은 고참들에게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미군 기지 주변을 가보면, 특히 정문 앞에 반드시 있는 상점 중 하나가 군장점인데요. 군장점에서, 이 약장들을 정확한 위치에 맞춰 달 수 있도록 돕는 키트를 판매합니다. 초급 병사들이 이걸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흥미로운 점은 군장점 업주의 상당수가 한인이거든요. 한인들은 손재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군장점의 한인 업주들이 키트없이 척척 약장을 정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약장들이 표시하는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죠.

기자) 크게 세 갈래로 나눠서 보시면 편합니다. 첫째, 해당 군인 개인이 받은 훈장인데요. 영어로는 ‘데코레이션(decoratio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훈장을 많이 받은 장병을 영어로 ‘highly decorated soldier’라고 하는데요. 데코레이션은 두 가지입니다. 평소 탁월한 복무나 성과에 대한 훈장이 있고, 작전에 참여해서 성취한 용맹스런 전과에 대한 훈장이 있습니다. 붉은색, 녹색, 또는 푸른색 계통이 많습니다.

앵커) 그런 것들이 보이면, 훈장을 많이 받은 병사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약장에 담긴 내용, 나머지 두 갈래는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두번째는 소속 부대가 받는 ‘부대 표창’이고요. 세번째는 특정 군사작전에 참가했거나, 특정 기간 또는 특정지역에서 복무했다는 걸 기록하는 ‘복무·참전 기장’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 복무기장이나 국방복무기장 같은 것들이 여기 해당하는데요. 베트남 참전 기장은 특히 눈에 띕니다. 밝은 노란색 바탕에 빨간 줄이 3개 표시돼있기 때문인데요. 이건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군이 도왔던 남베트남 국기를 표현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약장을 보면 해당 군인이 어디에 갔었는지도 알 수 있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한국에 가서 복무했던 장병에게 주는 ‘한국 방위복무기장(KDSM)’도 있는데요. 휴전 이후인 1954년 7월 이후 한국 땅에서 일정 기간 복무한 사람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 벌어진, 한국전쟁에 참전한 세대는 ‘한국 복무 기장’과 ‘유엔 복무 기장’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주한미군 출신의 가슴에서는 이 약장들을 찾아보실 수 있는데요. 한국방위복무기장은 여러 색깔의 줄무늬로 구성돼 화려해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심부는 하늘색이고, 정중앙에는 태극기를 상징하는, 파랑, 흰색, 빨강으로 구성돼 있어서, 관심 두고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것들을 부착하는 순서와 규칙이 엄격하고 세밀하다고 하셨죠?

기자) 네, 단순히 받은 순서대로 가슴에 다는 게 아니고요. 상훈·기장마다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걸 ‘서열 순서(order of precedence)’라고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개인 훈장, 즉 데코레이션의 경우를 설명해드리면요, 가장 높은 건 명예훈장(Medal of Honor)입니다. 밝은 하늘색인데요. 아시다시피, 이건 최고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한테 직접 수여받는 것이거든요. 그 아래로 육군·해군·공군 십자훈장 같은 무공 계열이 이어집니다. 전쟁부가 주는 합동 훈장은 군종별 훈장보다 앞에 놓이는 식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합동참모본부 근무자에게 주는 합동 표창훈장은 각 군의 표창훈장보다 위에 놓입니다.

앵커) 그럼 앞에서 봤을 때, 어떤 순서로 중요한 약장인가요?

기자) 윗줄이 가장 중요하고, 보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부터 서열이 높은 상훈과 기장입니다. 그러니까 맨 윗줄의 맨 왼쪽에 부착한 약장이, 해당 군인이 받은 가장 높은 상훈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내려갈수록 낮은 서열이 됩니다. 이 규칙만 알면 TV 화면이나 온라인 동영상, 또는 인쇄물 등에서 미군 제복을 봤을 때, 착용자가 받은 상훈·기장의 서열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베트남 참전 기장과 한국 방위 복무 기장을 확인하는 방법, 앞서 살펴봤는데, 그 밖에 일반인들이 알아볼 만한 건 뭐가 있을까요?

기자) ‘퍼플하트(Purple Heart)’도 약장들 속에서 두드러져 보입니다. 보라색 바탕으로, 눈에 확 띄기 때문인데요.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도중 부상당한 노아 스미스 해병대 상병이 월터리드 병상에서 받은 훈장이 퍼플하트잖아요? ‘적대 행위로 인해 부상을 입었거나, 전사한 장병’에게 주는 훈장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받고 싶어 하지 않지만, 받은 사람은 가장 존중받는 훈장”이라는 말이 미군 장병들 사이에 있는데요. 퍼플하트를 받은 현역이나 제대 군인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같은 훈장이나 기장을 두 개 이상, 여러 개 받은 경우는 똑같은 약장을 여러 개 부착합니까?

기자) 그럴 땐 해당 약장 위에, 작은 뱃지처럼 보이는 금속 장식을 추가합니다. ‘디바이스(device)’라고 부르는 표식인데요. 육군의 경우 떡갈나무 잎처럼 보이는 ‘오크 리프 클러스터’를 씁니다. 청동색 하나가 두 번째 수여를 뜻하고, 청동 다섯 개를 은색 하나로 바꿔 답니다. 한 약장에 클러스터를 네 개까지만 달도록 규정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만일 어떤 군인의 특정 약장 위에 나뭇잎 장식이 붙어있다 하면, 아, 저 훈장·기장을 여러 개 받은 사람이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그러면, 약장이 아닌 정식 메달, 이건 언제 보여줄 수 있나요?

기자) 미군 장병들이 입는 복장 가운데, 정복 말고 연회복이 따로 있습니다. 각종 연회나 공식 만찬, 또는 무도회 같은 격식있는 행사에 입는 옷인데요. 이 연회복 가슴에는 약장이 아니라, 메달 형태를 그대로 부착합니다. 다만 공식 메달보다 크기는 약간 줄여서요. 그래서 정복보다 훨씬 화려해 보입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보죠. 결국 미군의 정복과, 정복에 붙이는 약장은 단순히 멋져 보이는 패션이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역사를 보여주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정복을 입은 미군의 가슴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부대를 거쳐 어떤 작전에 참전했고, 어떤 공을 세웠는지,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식 인증한 ‘살아있는 기록문서’를 부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명예의 무게를 달고 다닌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 군인이 지나온 군 생활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거죠.

미군 정복의 꽃이자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증명하는 ‘약장’에 관한 이야기들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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