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5년 만에 청년동맹 대회..."사상 단속"

지난달 27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청년동맹 대회를 열고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제거를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왜 청년세대에 대한 사상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평양에서 청년동맹 제10차 대회를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녹취: 중방]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4월 27일 수도 평양에서 개막됐습니다.”

박철민 청년동맹중앙위원장은 이날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조직들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자”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대규모 청년동맹 대회를 연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입니다.

청년동맹은 14세부터 30세까지 당원이 아닌 북한의 모든 청소년과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있는 노동당의 외곽조직입니다.

조직도 평양과 도, 시, 군 지역과 학교, 공장, 그리고 인민군에 촘촘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북한은 청년동맹을 `노동당의 후비대'로 부르며 체제 지지세력으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청년 중시'를 표방하면서 청년들을 지지기반으로 삼기 위해 힘을 기울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김정은] “인민 중시, 군대중시, 청년 중시에 혁명적 당의 생명이 있고 힘이 있으며…”

실제로 김 위원장은 각종 행사를 열면서 청년세대를 각별히 챙겨왔습니다. 2012년부터 매년 ‘청년절 경축 체육대회’와 ‘청년중앙예술선전대’ ‘무도회’를 열었으며 2016년에는 청년동맹 9차 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청년동맹 출신 젊은 인사들을 대거 권력의 핵심에 배치했습니다.

항일 빨치산 최현의 아들이자 청년동맹 위원장 (1986-1998)을 지낸 최룡해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거쳐 지금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됐습니다.

또 청년동맹 제1비서(1996) 출신인 최휘는 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사로청 위원장(1976-1978) 출신인 지재룡은 중국 주재 북한 대사로 발탁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은 수 십년간 당, 정, 군의 상층부를 차지해왔던 노쇠한 혁명 1-2 세대를 대거 젊은세대로 물갈이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의 경우 2016년 7차 당 대회 때 정치국 위원 17명의 평균 연령은 76.2세였습니다.

그러나 올 1월 열린 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의 평균 나이는 67.2세로 9살 가량 젊어졌습니다.

또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은 물론 인민군 사단장, 군단장도 40-50대 젊은 간부가 기용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상당히 젊어졌죠. 특히 군같은 경우에도 간부, 장성들 연령이 낮아지고 세대교체가 됐습니다.”

북한의 청년세대도 젊은 나이에 최고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세대교체를 통해 청년층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아내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공식석상에 나타나거나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하고 모란봉악단을 창설하는 등 자유로운 신세대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과 청년세대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특히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 당국은 청년에 대한 사상 교육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6일 평양에서 열린 당 세포 비서대회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녹취: 김정은]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머니처럼 세심히 보살피며 정신·문화 생활과 경제·도덕 생활을 바르게, 고상하게 해나가도록 늘 교양하고 통제하여야 합니다.”

북한 젊은세대의 변화에 대해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여 놨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He really raging expectation of the people, economics…”

현재 청년동맹원들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태어난 북한의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나거나 청소년기를 겪은 ‘장마당 세대’입니다.

장마당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노동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다는 점입니다.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장마당 세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보다는 일단 생계죠, 먹고 사는 문제, 식의주 문제, 정부보다는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는 거죠.”

생계와 돈벌이를 중시하는 장마당 세대의 가치관은 결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1등 신랑감은 보위부원, 군과 당 지도원, 군 복무자, 당원의 순서였습니다. 지금도 보위부원은 1순위 신랑감입니다.

그러나 2위부터는 순위가 바뀌어 운전기사, 택시기사, 탈북민 가족이 인기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함경북도 라진에 살다가 2014년 한국으로 망명한 윤설미 씨가 유튜브에서 북한의 결혼풍속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녹취: 윤설미] ”매파들, 장가갈 아들이 있으면 가서 얘기를 합니다. 그 사람 보위부 지도원 이래, 그럼 1등, 운전기사, 택시기사래 그럼 대박. 또 한라산 줄기 그럼 오케이 그럽니다. 탈북민이 송금을 하기 때문이죠.”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10년 이상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를 접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다시 탈북민 윤설미 씨가 자신이 북한에서 본 한국 드라마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녹취: 윤설미] ”저는 중학교 때부터 대한민국 드라마를 봤는데, 처음으로 본 것은 ‘가을동화’였습니다.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 ’장군의 아들’ ‘올인’, 1990년대 후반에 유명했던 드라마인데...”

이렇듯 장마당 세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본주의와 한국 문화 `한류'에 젖은 세대이기 때문에 사상통제가 잘 안될 것이라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장마당에서 자신이 돈을 벌어 먹고사는 세대거든요. 국가나 당에 고마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까 김정은 체제의 딜레마는 그게 제공되지 않으면서, 일방적인 강요형 충성 유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북한의 청년세대는 지금 김정은 정권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강압적인 사상 교양과 통제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