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법 제정 통해 사상 통제 강화…"경제난 민심 동요 차단 의도"

5일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

북한이 최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외부 사상과 문화 유입 차단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 심화로 인한 민심 동요가 심상치 않은 데 따른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안건을 채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 법에 대해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과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자신들의 사상과 문화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기관과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들을 규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는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5일과 29일 각각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연이어 비사회주의 현상을 질책하고 사상문화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최근 이 법과 관련해 도당 위원회를 통해 장마당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외부 사상과 문화에 대한 통제 지침을 주민들에게 전파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법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 각 도당위원회에서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했어요.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동적 사상문화, 비사회주의적 행위 이런 것들을 통보하고 각 장마당 시장관리소 한국 상품 판매자들을 통제할 데 대한 지시가 떨어졌고요, 그 다음에 상인들에게 통보되기는 한국산 상품을 판매하다가 발각될 경우 무상 몰수될 것이라고 전달됐다고 해요.”

조 소장은 북한에서 자본주의 문화 유입 차단 조치들은 그동안 당이나 국가보위성 차원에서 초법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그런데도 이를 법제화한 것은 주민들을 한층 더 위협하는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확산세가 위험수위에 달한 한국 문화 즉 ‘한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특히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북중국경 봉쇄 등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고조된 주민 불만이 외부 사상과 결합해 정권 불안 요인으로 번질까 경계심이 커졌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강 교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은 데다 이를 유통, 재생하는 고수익의 디지털 매체들이 상인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을 통한 한류 확산이 북한 당국의 골칫거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정보라는 게 유통이 되려면 그것을 볼 수 있는 장비나 CD나 USB 같은 게 들어가야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게 유통되는 게 다른 상품 거래량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호기심이나 재미로만 본다면 그 정도로 확산되거나 위험하지는 않을 텐데 결국 돈이 되니까 사람들이 더더욱 확산에 열을 올리게 되는 거죠.”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함께 정보 통제를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통신법도 제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의 보급에 따른 정보 통제의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크게 보면 경제 부문은 좀 풀어줬는데 사상 통제 부문은 강화해왔어요. 탈북자 정책도 굉장히 엄격해졌고. 그 연장선상으로 봐야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에 휴대전화가 600만대 이상이거든요. 인터넷은 안되는 데 문제는 인트라넷이 돼요. 이게 (정보가) 들어가면 쫙 퍼져요.”

조충희 소장은 휴대폰 보급과 함께 북한 내에서도 당국의 정보 통제를 피하는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관련법을 만들어 단속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