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 생환 후 미군 통역”...유엔사, 한국전 사진 공모 첫 사례 공개

한국전에 참전해 미군 통역으로 근무한 유진 김 상사. 사진 출처: United Nations Command / Facebook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전 개별 사례를 공모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중공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돌아온 후 미군 통역을 담당했던 참전용사의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예비 장교의 길을 걷고 있는 손자 역시 소년 시절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김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1952년 12월 한국전쟁 ‘원주 전투’ 현장에서 찍힌 흑백사진 속 고 유진 김(Eugene Kim) 상사. 소총을 손에 쥔 채 전우들과 함께 눈 덮인 전선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방탄모에 탄띠를 두른 김 상사가 휴식시간을 이용해 포즈를 취한 다른 흑백사진도 보입니다.

유엔군사령부가 18일 한국전 참전용사인 김 상사의 사진과 사연을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전쟁 사연 공모’를 시작한 이래 한국전 현장 사진이 포함된 사례가 소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엔사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상사는 한국전 발발 첫 해인 1950년 12월 30일부터 1952년 7월 15일까지 한국군 소속으로 근무했습니다.

한국군 제2보병사단에 배속된 김 상사는 전투 도중 중공군에 붙잡혀 한때 전쟁 포로 신세가 됩니다.

이후 북한군을 거쳐 미8군에 인계된 김 상사는 한국전 정전 협정이 조인되던 1953년 7월 27일까지 통역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1961년 미 국무부의 장학제도인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혔고,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했습니다. 남은 평생을 사업에 바친 김 상사는 2014년 뉴욕에서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해 미군 통역으로 근무한 유진 김 상사의 손자 크리스토퍼 김 군이 미국 이글스카우트 소년단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 출처: United Nations Command / Facebook

김 상사의 손자 크리스토퍼 김 씨가 13살의 나이에 미국 ‘이글 스카우트(Eagle Scout)’ 소년단으로 자원해 3년간 복무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그는 유엔사에서 의장대 훈련을 받고, 성조기 게양 임무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병력 지원 임무 등을 수행했다고, 유엔사는 밝혔습니다.

현재 크리스토퍼 김 씨는 미 해군사관학교 2년차 생도로 예비 해군 장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김 상사의 자료를 유엔사에 제공한 아들 토미 김 씨는 자신의 아들 크리스토퍼가 앞서 군에 헌신했던 수많은 선대들로부터 인생 전체에 걸쳐 영향과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엔사는 캐나다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로빈 덴먼 중위의 이야기도 소개했습니다.

한국전 당시 캐나다 왕립 연대 소속이었던 덴먼 중위는 손자를 통해 유엔사에 제출한 사연에서, 전쟁이 끝난 뒤 1954년 11월 캐나다로의 귀환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 당시 통역을 위해 캐나다군 소대별로 최소 1명씩 배속돼 있던 한국 군인들이 환송 행사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덴먼 중위는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한국군 장병들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블랙 워치 킬트(Black Watch Kilts)’를 차려 입고 캐나다군 행진에 참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 워치 킬트는 캐나다를 비롯한 영연방 군대의 치마 형태의 전통 제식 복장입니다.

이어 한국인들과 캐나다 군인들이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며, 한국 군인들로부터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사는 올해 한국전 70주년을 맞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한국전쟁과 관련한 사진, 그림이나 사연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엔사는 한국전 당시 각국의 참전 부대들을 통솔하고 지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의해 창설됐으며, 지금은 평시 한반도 정전 체제 관리를 주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