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에 이어 유럽연합과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국들은 북한에 핵 프로그램 폐기와 국제 검증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이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약화를 경고하며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70차 IAEA 총회 개막 연설에서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례는 “금지선을 넘었을 때 초래되는 결과를 일깨워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무기 보유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준수하는 일부 국가에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핵무기와 핵무장 국가가 더 늘어난 세계는 더 안전하지 않다며, 회원국들에 말과 행동으로 NPT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IAEA가 최근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와 원자로 가동 정황을 담은 연례 보고서를 공개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IAEA는 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변에 두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이 들어섰으며, 이 시설이 여러 원심분리기를 연결한 설비인 캐스케이드를 최대 28개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평양 인근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의 증축 부분에서 올해 1월부터 가동이 시작된 정황이 나타났으며, 영변의 기존 농축시설과 원자로들도 계속 가동된 것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이날 총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과 역내외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핵 프로그램을 규탄했습니다.
알바니아와 아이슬란드,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가 동참한 이번 성명에서 EU는 “북한이 NPT에 따른 핵무기 보유국 지위나 그 밖의 어떠한 특별한 지위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NPT와 IAEA 포괄적 안전조치협정을 다시 준수하고 추가의정서를 발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과 러시아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관련국들과의 외교에 복귀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 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가 포함돼야 한다며 북한 관련 총회 결의안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개별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이 국제 비확산 체제의 온전성을 훼손하고 역내외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특히 영변의 두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 완공으로 이곳의 핵분열성 물질 생산 능력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영변 경수로가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정황이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러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하고 국제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도 이날 총회에서 성명을 통해 북한이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IAEA의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중해 국가 키프로스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NPT와 IAEA 안전조치협정을 다시 완전히 준수하고 추가의정서를 발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북한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역내와 세계의 평화와 안보, 안정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비확산 체제를 뒷받침하는 IAEA의 독립적인 검증과 감시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날 공개된 중국과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에스와티니의 국가성명에는 북한 문제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를 대표해 연설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이번 국가성명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라이트 장관은 다만 IAEA의 독립성과 기술적 신뢰성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안전조치 검증과 핵 안전·안보, 평화적 핵기술 보급이라는 핵심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총회는 오는 18일까지 계속되며, 회원국들은 회의 기간 북한 관련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