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한국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뒤 동맹국의 자체 방위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맡아야 할 방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군의 역량 강화와 미국의 지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각각 다른 문제인데요. 이번 회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동맹의 구조와 쟁점을 조상진 기자가 설명합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한국 국방부 장관과의 첫 대면회담을 소개하면서 동맹국의 자체 방위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강신철 한국 국방장관과 만난 뒤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국은 자체 방위에 진지한 동맹국들과 함께한다”고 썼습니다.
또 강 장관과 좋은 회담을 했다면서, “미한동맹이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준비된 병력과 결정적인 역량, 침략을 억제하는 연합 전투력을 강조했습니다.
이 글에는 한국의 국방비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나 합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무엇이 확인됐나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강신철 장관과의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양측은 전환이 적기에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협력하고, 오는 12월 워싱턴에서 별도 국방장관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제58차 SCM즉 장관급 연례 안보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는 2027년 초에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매해 하반기에 SCM을 개최했었는데, 이번처럼 해를 넘겨 개최하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발표에는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나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의 X 글은 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미한동맹이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한다며 준비된 병력과 결정적인 역량, 침략을 억제하는 연합 전투력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자체 방위에 진지한 동맹국들과 함께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국방비 요구나 전작권 전환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체 방위’가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군의 역할과 방위 역량 확대는 이미 양국이 합의한 방향입니다. 지난해 11월 백악관이 공개한 미한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는 데 필요한 군사 역량을 강화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핵무기를 제외한 병력과 무기체계를 활용하는 연합방위에서 한국군의 주도 능력을 높인다는 뜻입니다.
같은 자료에는 한국이 국방비를 가능한 한 조속히 국내총생산의 3.5%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담겼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통한 한국 방위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하는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군의 역할 강화와 미국의 방위 지원을 함께 명시한 것입니다.
따라서 헤그세스 장관의 이번 글을 곧바로 한국에 대한 새로운 부담 요구로 해석하기는 어려우며, 한국군 운영과 전력 확보를 위한 전체 국방예산과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방위비 분담금도 서로 다른 항목입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일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병사들을 사열하고 있다. (출처: 한국 국방부)
한국군이 방위를 주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군이 더 큰 역할을 맡으려면 병력이나 무기뿐 아니라 이들을 연결해 운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감시와 정찰, 정보를 공유하고 부대를 움직이는 지휘통제, 미사일 방어, 탄약과 연료를 공급하는 군수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확보한 장비를 실제 연합작전에서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미한동맹은 한국군과 미군의 능력을 결합하는 구조입니다. 한국군의 주도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은 미국의 지원을 모두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합의된 연합 방위 안에서 한국군이 맡는 역할을 확대한다는 뜻입니다.
주한미군과 연합사는 어떻게 다른가
주한미군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고, 미한 연합군사령부는 양국이 합의해 맡긴 부대의 연합작전을 지휘하는 조직입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령관을 겸하지만 두 직책은 구분됩니다. 전작권 전환은 이 가운데 전시 연합작전을 지휘하는 구조를 바꾸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한국 방위 지원도 한국에 상주하는 미군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확장억제는 핵전력을 포함한 미국의 군사 역량으로 동맹국에 대한 적대국의 공격을 억제한다는 공약입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실제로 무엇이 바뀌나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넘어가면 현재 미군 대장이 맡고 있는 연합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고,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로 바뀝니다.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은 이미 1994년에 한국으로 전환됐습니다. 현재 논의는 전쟁이 발생했을 때 양국이 연합사에 맡기는 부대의 작전 지휘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령관이 양국의 민간 지도부에 책임을 지며, 양국은 자국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군 장성이 모든 미군에 독자적으로 명령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양국 군 지휘부는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전작권 전환 자체가 주한미군 철수나 미국의 방위 공약 종료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적기에 전환’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나
미한 양국은 합의한 조건의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습니다.
주요 조건은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핵심 군사 능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입니다.
미래 연합지휘부의 준비 상태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단계로 평가·검증합니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은 조건에 기초한 전환 원칙을 재확인하고 올해 미래연합군사령부 본부의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목표 연도를 논의하는 것과 실제 전환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이번 발표는 ‘조기 전환’이 아니라 ‘적기 전환’으로 명시됐으며, 특정 연도도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억제와 동맹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기존 공식 합의의 방향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역량을 높이면서 미국의 방위 지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헤그세스 장관도 이번 글에서 침략을 억제하는 연합 전투력과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조했습니다.
앞으로의 쟁점은 한국군이 어떤 능력을 추가로 갖추고, 미국이 어떤 지원을 제공하며, 양측이 전환 준비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입니다.
VOA는 전쟁부에 ‘자체 방위’ 문구가 한국의 국방비 확대나 군사 역량 강화, 전작권 전환과 관련된 것인지,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는지 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