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제유를 운송한 북한 유조선의 운영사를 제재한 가운데, 다른 북한 선박들의 중국 인근 해역 운항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습니다.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의 위치 신호가 최근까지 중국 인근에서 확인되고, 북한 유조선이 서로 다른 선박명과 해상통신 식별번호를 송신하는 등 이례적인 운항 정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연합(EU)가 지난 12일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경제 협력 등을 이유로 제재한 북한 선박회사 백양산해운은 선박 2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1척은 유조선 ‘백양산1호’로, EU는 백양산해운이 이 선박을 통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제유를 운송해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일 VOA는 백양산1호가 중국 산둥성 룽커우항에 도착한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는데, 북한 유조선이 중국 항구에 직접 입항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됐습니다.
EU가 새롭게 백양산해운을 제재 대상으로 포함시킨 만큼, 백양산1호가 앞으로도 중국 항구에 입항할지, 중국 당국이 이 선박의 운항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백양산해운과 관련된 또 다른 선박인 화물선 ‘백양산호’는 이미 2017년 ‘릉라2호’라는 이름으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선박 추적 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백양산호는 한반도 시각으로 지난 3일 중국 산둥반도 인근 해역에서 위치 신호를 송신했습니다.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의 위치가 최근까지 중국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다는 건, 백양산해운이 국제사회 제재와 상관 없이 선박을 운용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정제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연간 상한선을 매년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근 해역에서는 북한 유조선들의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수상한 항적을 보인 유조선도 있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13일 현재 북한 유조선 금룡3호는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서 북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12일에는 금룡3호와 같은 국제해사기구(IMO) 번호를 가진 선박이 ‘진원호’라는 이름으로 상하이 앞바다에서 남하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진원호가 송신한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는 금룡3호의 번호와 달랐습니다.
IMO 번호는 선박에 부여되는 고유 식별번호로, 선박명이나 국적이 바뀌더라도 유지되며, MMSI는 선박의 무선통신과 식별에 사용되는 번호입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IMO 번호를 가진 선박이 하루 간격으로 서로 다른 선박명과 MMSI를 사용한 정황이 확인된 것입니다.
금룡3호가 갑자기 선박 이름과 MMSI를 바꾼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금룡3호가 진원호로 바뀌는 과정에서 잠시 발신이 사라진 해역이 선박 간 환적의 온상지로 알려진 중국 닝보-저우산 인근이라는 점은 주목됩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과 관련한 제재 위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행히도 다른 국제적 사건들이 언론의 관심을 지배하면서 이런 북한의 활동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북제재 단속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