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 오늘은 '미국의 경제'에 관해 조상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오늘 키워드는 '콘서트 이코노미'입니다. 이번 주 수도 워싱턴 D.C.에서 그리 멀지 않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열리는데요, 8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엠앤티 뱅크(M&T Bank) 스타디움 공연을 앞두고 현지 교통 당국이 열차 막차 시간을 늦추고 운행을 늘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콘서트 하나 때문에 도시 교통 체계가 움직인 셈인데요. BTS의 미국 내 큰 인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일이 요즘 미국에서는 낯설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예 '라이브의 황금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미국 전역에서 대형 콘서트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에는 각종 미디어가 워낙 발달해서 집에서도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직접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 줄지 않았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콘서트 붐이라고 할 정도였다니 다소 의외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지금 미국 콘서트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기자) 지난해 북미 지역 상위 투어, 즉 콘서트 공연들의 전체 매출은 58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55%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대형 스타디움 공연이 크게 늘었는데, 스타디움 공연 한 회당 평균 매출이 711만 달러, 평균 티켓 가격은 216달러에 이릅니다. 미국 전체 라이브 음악 시장으로 넓혀 보면 지난해에만 185억 달러 규모로 커졌습니다. BTS의 이번 볼티모어 공연도 이런 흐름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진행자) 이곳 워싱턴 D.C.에도 유명 가수들의 대형 공연이 자주 열리는 것 같던데, 주로 어떤 아티스트들이 미국 공연 시장의 붐을 이끌고 있나요?
기자) 지난해 기준으로는 미국 팝 여가수 비욘세(Beyoncé)의 투어가 4억8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고,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Oasis)가 4억500만 달러, 역시 영국 밴드인 콜드플레이(Coldplay)가 3억9천만 달러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는 미국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에라스 투어(Eras Tour)'가 21개월 동안 20억 달러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콘서트 하나가 이 정도 규모다 보니, 아예 경제 용어까지 생겼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 또는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라는 말인데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가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려고 경제 신문 기자들이 쓴 표현입니다. 록 음악 산업을 분석하는 기존 용어 '록코노믹스(Rockonomics)'에서 착안한 건데요. 여론조사기관 ‘퀘스천프로(QuestionPro)’의 추산에 따르면 이 투어 하나가 만들어낸 소비 파급효과는 최대 50억 달러에 달해, 일부 작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로 평가됐습니다.
진행자) 이번 BTS 볼티모어 공연도 이런 개념으로 설명이 될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볼티모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딱 스위프트노믹스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팬들이 다른 지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고, 열차 운행이 늘고, 공연장 인근 호텔과 식당까지 특수를 누리는 이 모든 과정이, 몇 년 전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때 벌어졌던 일과 정확히 같은 패턴입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2023년 지역경제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Beige Book)'에서, 필라델피아의 호텔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으로 몰린 관광객이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는 투어 첫 공연이 한 달 전 같은 경기장에서 열렸던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슈퍼볼)보다 더 큰 지역 매출을 만들어냈고,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는 도심 호텔 매출만 260만 달러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 단일 종목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보고 또 소비하는 게 슈퍼볼인데요. 그보다 더 큰 지역 매출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흐름이 특정 스타 한 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이름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서 나왔지만, 지금은 장르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콜롬비아 출신 샤키라(Shakira),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드 버니(Bad Bunny) 같은 라틴아메리카 출신 아티스트들의 투어도 북미 지역에서 역대급 매출을 올렸고요, 이번 주 볼티모어의 BTS처럼 케이팝 그룹의 미국 투어도 이 흐름에 확실히 가세하고 있습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가 9일 소셜미디어에 BTS를 환영한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콘서트 산업 전체가 지금 미국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할 만큼 그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티켓값과 공연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콘서트는 이제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호텔업과 교통, 외식업까지 함께 들썩이게 하는 하나의 경제 이벤트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주 볼티모어의 열차 증편 하나만 봐도, 콘서트가 더 이상 공연장 안에서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