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최원기 기자와 함께합니다. 최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최근 나온 북한 김여정 담화의 특이점 4가지와 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장이 담화를 낸 배경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서 지난 10월 29일 6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이 해킹으로 탈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31일 이번 해킹 사고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 (TraderTraitor)’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발표에 반발했습니다. 북한 김여정 총무부장은 11월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와 관련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김여정 부장은 4일에도 담화를 내고 “평화를 위한 선택지에는 대화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반드시 국익과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여정 부장이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대해 연이틀 담화를 냈는데, 어떤 점이 특이합니까?
기자) 첫 번째는 북한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장이 사이버 범죄에 대해 담화를 낸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탈취(2016년), 파키스탄 은행 현금 인출 사건(2018년), 일본·인도·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2024년), 바이비트 해킹(2025년), 그리고 올해 바이낸스 해킹 사건 등 많은 사이버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침묵을 지키거나 외무성 대변인 답변 등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의 실세인 김여정 부장이 직접 담화를 낸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도 3일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김여정 부장이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금액(60억 달러)이 워낙 커서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번 바이낸스 사태는 과거 북한 해킹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규모가 64억 달러고, 여러 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황이고, 김여정이 등장한 것은 본인들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지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김여정 부장의 담화 성격과 내용도 좀 특이하지 않나요?
기자) 특이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사이버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면 의혹을 부인하거나 반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응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김여정 담화의 초점은 범죄 의혹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미국과의 대화 문제에 맞춰져 있습니다.
진행자) 김여정 부장의 담화가 평소와 달리 차분한 것도 눈의 띄는 대목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여정 부장 담화의 특징은 저속하고 거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한국 대통령을 ‘천치바보’라고 지칭하고 ‘개나발’, ‘한 대 줴박아 주고 싶은 마음’, ‘자작 광대극’,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 등 시정잡배도 잘 쓰지 않는 거친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번 담화는 미국의 행위를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차분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인을 직접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표현은 없습니다.
여기서 북한 전문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여정의 대남 담화는 비난, 조롱, 야유 등 한국을 자극하려는 심리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거명해 비난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이는 트럼프와의 대화에 김정은과 김여정이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그 밖에 또 어떤 특이점이 있습니까?
기자) 김여정 부장이 담화를 하루 간격으로 이틀 연속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첫 번째 담화를 발표한 뒤 하루 만에 다시 담화를 낸 것은 첫 번째 메시지만으로는 북한이 전달하려는 입장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시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것은 미국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인데, 그런 부분에 부족함이 있고, 미국 중간선거 등을 반영해 추가로 입장을 냈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도 있고, 최선희라든가 대미 라인에서 이런 점은 좀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바이낸스 해킹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언급했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낸스 해킹 사태와 관련해 두 번 북한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10월 3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바이낸스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직 모른다.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다음 날인 31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북한이 한 일이라면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까요?
기자)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북 정상이 만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APEC 정상회의까지는 2주도 남지 않았습니다. 미북 정상 간 회동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전망은 ‘트럼프-김정은 깜짝 회동’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위터(X)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32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따라서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2019년 6월의 경우 SNS를 통해 양측의 만남이 이틀 만에 성사됐거든요. 깜짝 회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치밀하게 준비된 결과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일회성 이벤트는 가능하다.”
진행자) 뉴스 동서남북, 오늘은 김여정 담화의 특이점과 미북 관계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최원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