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벽돌 등대죠, 케이프 해터러스(Cape Hatteras) 등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는 어떤 곳인가요?
기자: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Outer Banks)’ 해안에 있는 역사적인 등대입니다. 높이는 약 59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벽돌 등대입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검은색과 흰색의 나선형 무늬가 특징인데요. 이 등대가 있는 해역은 과거 선박이 항해하기 매우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대는 ‘대서양의 난파선 묘지(Graveyard of the Atlantic)’이라고 불립니다.
진행자: ‘대서양의 난파선 묘지’라니, 이름부터 상당히 무섭습니다. 왜 이 해역이 그렇게 위험했습니까?
기자: 이곳 앞바다에는 ‘다이아몬드 숄스(Diamond Shoals)’라는 긴 모래톱이 형성돼 있습니다. 해류와 모래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선박이 좌초하기 쉬웠는데요. 그래서 이 일대는 오랫동안 선원들에게 위험한 항해 구간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특히 멕시코 만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해류가 만나는 해역이라는 점도 항해를 어렵게 했습니다. 선박들이 위험한 모래톱을 피할 수 있도록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가 필요했던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 등대의 흑백 나선무늬도 단순한 장식은 아니겠군요. 왜 이런 디자인을 사용하게 된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등대는 밤에 불빛을 비추는 것뿐 아니라, 낮에도 선원들이 멀리서 위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나선형 무늬가 적용됐습니다. 이런 독특한 외관은 다른 등대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 무늬는 1873년에 적용됐는데요. 오늘날에는 등대의 상징이자 미국 동부 해안의 대표적인 풍경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등대의 불빛과 외관 모두 항해 안전을 위한 기능을 했던 셈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지금의 등대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첫 번째 등대는 1803년에 완공됐습니다. 하지만 높이가 약 27m에 불과해 선박에 충분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등대를 높이는 공사가 진행됐지만,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기존 등대는 결국 교체 대상으로 판단됐습니다. 새 등대는 1868년 착공해 1870년 완공됐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입니다.
진행자: 등대가 세워진 뒤에도 문제가 있었다고요? 이번에는 바다가 등대를 위협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등대가 세워진 뒤 가장 큰 위협은 해안선의 변화였습니다. 파도와 폭풍, 바람에 의해 해안의 모래가 이동하면서 바닷물이 등대 가까이까지 밀려왔습니다. 처음 등대가 세워졌을 때는 해안선에서 약 460m 떨어져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바닷물이 점점 가까워졌고, 1990년대에는 등대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등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사적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해안 침식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진행자: 높이가 약 59m나 되는 벽돌 건물을 어떻게 옮길 수 있었을까요? 부수고 다시 짓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당시 등대는 약 4천830톤에 달했습니다. 공사팀은 등대를 지지하는 구조물을 설치한 뒤 유압 장치와 철제 레일을 이용해 조금씩 이동시켰습니다. 한 번에 약 1.5m씩 움직이고 장치를 재설정하는 작업을 반복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등대의 기울기와 진동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센서도 설치했습니다. 이전 작업은 1999년 6월부터 7월까지 약 23일 동안 진행됐고, 등대는 원래 위치에서 약 880m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전 비용은 약 1천180만 달러였습니다. 역사적인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해안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공사였던 겁니다.
진행자: 등대를 옮기는 데만 23일이 걸렸다니 놀랍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등대를 옮긴 사례가 미국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 이전은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등대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신, 원래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험한 해안에서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해안 침식은 오늘날에도 해안 지역의 주택과 도로, 역사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는 자연환경이 변할 때 역사적 유산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지금도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관광객들이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이전을 마친 등대는 1999년 11월 13일에 다시 불을 밝혔습니다. 오늘날에는 역사적 유산이자 미국 해안의 상징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등대는 선박의 항해를 돕는 기능과 함께 미국의 해양 역사와 기술을 보여주는 관광 명소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등대 내부 계단을 올라 꼭대기까지 오르는 체험은 운영 일정과 보수 공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행자: 위험한 해안에서 선박의 길을 밝혀온 등대이자, 바다의 침식에 맞서 건물 전체를 옮겨 보존한 역사적 유산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벽돌 등대, 케이프 해터러스 등대 이야기, 조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