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인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미국, 미국 속으로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알아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미국 사람들이 아이들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이름의 뜻이나 한자를 따지고, 작명소를 찾는 부모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에서도 아이 이름은 부모에게 큰 고민거리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부모가 직접 후보를 고르고 가족과 상의해 결정합니다. 발음이 자연스러운지, 성과 잘 어울리는지,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조부모의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책이나 인물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진행자) 아이를 낳기 전에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임신 중에 이름 후보 목록을 만들고 배우자와 상의해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생 전에 하나를 확정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얼굴을 보고 최종 결정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서도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진행자) 이름을 짓는 데 있어 미국 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기자) 정답이 하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모는 가족의 전통을, 다른 부모는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무 흔한 이름은 피하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철자를 쓸 수 있는 이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름을 고르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의 다양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어떤 이름이 가장 인기가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사회보장국(SSA)은 사회보장번호 신청 자료를 바탕으로 해마다 출생아 이름 순위를 발표합니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남자아이 이름은 리엄(Liam), 여자아이 이름은 올리비아(Olivia)가 특히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또 노아(Noah), 올리버(Oliver), 에마(Emma), 샬럿(Charlotte) 같은 이름도 익숙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예전에도 이런 이름들이 인기였습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20세기 초중반에는 남자아이 이름 존(John), 제임스(James), 로버트(Robert), 여자아이 이름 메리(Mary), 패트리샤(Patricia), 린다(Linda) 등이 널리 사용됐습니다. 지금은 고전적인 이름이 다시 주목받는 동시에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이름도 인기를 얻습니다. 패션처럼 이름에도 시대별 유행이 있는 셈입니다
진행자) 왜 이름 유행이 이렇게 달라지는 걸까요?
기자) 네. 가족의 취향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유명인, 사회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 이름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서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들이 비슷한 시대적 감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발음이나 분위기의 이름을 선호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족의 이름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전체 이름이 같을 때 아들에게 주니어, 즉 Jr.를 붙여 구별하기도 합니다. 또 아버지는 시니어, Sr.로 부를 수 있는데요. 같은 이름이 세대를 이어 반복되면 3세를 뜻하는 III 같은 표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반드시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어머니, 다른 친척의 이름을 따오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가족을 기리는 뜻에서 이름을 붙이는 사례도 있는데요. 특히 가족의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에서는 이름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상징이 됩니다.
진행자)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으면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기자)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 이름이 같은 사람이 여럿이면 우편물이나 전화, 각종 서류를 구별할 때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본명 대신 별명을 쓰거나 미들네임(middle name)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름을 물려주는 전통과 일상생활의 편리함 사이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 이름에서 한국 청취자들에게 낯선 것이 미들네임입니다. 정확히 무엇입니까?
기자) 미들네임은 일반적으로 이름과 성 사이에 들어가는 이름입니다. 예를 들어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에서 피츠제럴드가 미들네임입니다. 가족의 성씨나 친척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고, 부모가 좋아하는 이름을 하나 더 넣기도 하는데요. 미들네임이 없는 사람도 있고 둘 이상인 사람도 있습니다. 한인들은 영어 이름을 퍼스트네임(first name)으로 쓰고 한국 이름을 미들네임으로 쓰기도 하죠.
진행자) 일상생활에서도 미들네임을 항상 사용합니까?
기자) 보통은 아닙니다. 일상에서는 이름과 성만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공식 서류에는 전체 법적 이름이나 미들네임의 첫 글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명인 가운데도 미들네임의 머리글자를 넣어 알려진 사람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인들 이름에는 기독교 성경에서 유래한 이름도 많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노아(Noah), 제이컵(Jacob), 대니얼(Daniel), 사라(Sarah), 레이철(Rachael), 메리(Mary) 등 성경과 관련된 이름이 많습니다. 미국 사회의 기독교 전통이 오랫동안 이름 문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오늘날 이런 이름을 선택하는 부모가 반드시 종교적인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음이 좋거나 오래된 전통을 좋아해서 선택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최근에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이름을 지어주려는 부모도 많다고 하지요?
기자) 그런 경향도 관찰됩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리버(River), 윌로(Willow), 스카이(Sky) 같은 이름이나 전통적인 이름의 철자를 조금 다르게 쓰는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독특한 이름이 무조건 더 인기 있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통적이고 익숙한 이름도 여전히 상위권에 많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이름에도 그런 특징이 나타나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는 영어권 이름뿐 아니라 스페인어권,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뿌리를 가진 이름이 함께 사용됩니다. 같은 학교 교실에서도 여러 언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과 가족의 문화적 배경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이름을 정한 뒤 마음이 바뀌면 바꿀 수도 있습니까?
기자) 가능하지만 출생증명서 정정과 법적 개명은 상황에 따라 절차가 다릅니다. 관할 주와 법원 규정을 확인해야 하고, 법적 이름을 변경하면 신분증이나 사회보장 관련 기록도 일치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처음 이름을 정할 때 신중하게 고민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국인들이 아이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알아봤습니다.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