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그린란드 ‘대규모’ 석유 탐사 약속…그린란드는 법적 절차에 의문

2026년 10월 15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찬을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에너지 탐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실제로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지난 2021년 신규 석유·가스 개발 허가를 중단했으며, 미국이 지원하는 유일한 석유 개발 사업도 아직 시추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새롭고 아름다운 그린란드에서 대규모 석유·가스·광물 탐사가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린란드에는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석유가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보다 훨씬 더 많이 매장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 에너지 기업들이 북극의 이 섬에서 수십 년간 석유 탐사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린란드는 2021년 신규 탐사 허가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서 새로운 에너지 탐사 사업이 언제 시작될지, 어느 지역에서 진행될지, 어떤 기업들이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덴마크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과 관련해 덴마크 국영 통신사 ‘리차우’에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석유와 가스, 광물을 탐사하려 한다면 “이는 그린란드의 관련 법률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는 백악관에 미국이 그린란드 법률에 따라 에너지 탐사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또 그린란드가 2021년 시행한 탐사 허가 중단 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했듯이 에너지 안보는 국가 안보다. 미국 지도자들은 100년 이상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 왔다”며 “그러한 인식을 미국의 전략적 승리로 바꿀 비전과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9월 22일 체결된 미국·덴마크·그린란드 간 안보 협정에는 그린란드에서 미국이 ‘광물 협력과 경제 개발 및 기업 활동 진흥’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협정이 미국에 특별한 탐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협정은 현재 덴마크와 그린란드 양측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지난 5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탐사 사업이 시작되면 “10개월 정도 내에” 그린란드에서 석유 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그린란드가 하루 2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린란드 무역·광물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기업 ‘그린란드 에너지(Greenland Energy)’는 2021년 탐사 허가 중단 조치 이전에 영국 기업 ‘80마일’(80 Mile)의 자회사가 취득한 여러 석유 탐사 허가의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에너지’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해당 허가들은 그린란드 동부 제임슨 랜드 지역의 탐사 사업과 관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11단계로 이뤄진 승인 절차 가운데 첫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탐사 시추에 착수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덴마크 국회의원이자 전 그린란드 천연자원부 장관인 나야 H. 나탄니엘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나탄니엘센 장관은 그린란드 지하 자원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우리의 법률과 규정을 존중하는 한 환영해왔고, 지금도 환영한다”며 “따라서 모든 당사자가 이를 존중할 것으로 당연히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2009년 제정된 광물자원법에 따라 석유와 가스의 탐사 및 채굴을 위한 허가를 발급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환경영향평가와 사회적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아이슬란드 아쿠레이리대학교의 레이철 로나 존스톤 법학 교수는 VOA에 그린란드의 탐사 허가 중단 조치가 당장 변경될 것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교수는 이메일에서 “그러나 그린란드 의회인 이나치사르투트(Inatsisartut)는 과반수 찬성으로 해당 법률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탐사 허가만으로 시추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추를 포함해 사업의 각 단계마다 별도의 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