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을 전해 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역사와 조금 색다른 분야를 살펴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반도는 이미 8일이지만, 미국은 아직 7일인데요.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10월 7일 워싱턴 D.C. 사우스웨스트 도서관에서 아주 색다른 행사가 열립니다. 국제스파이박물관이 주최하는 ‘250년 미국 정보전’ 강연인데요. 국제스파이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물을 통해 미국 첩보 활동의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첩보 활동이라고 하면 흔히 중앙정보국(CIA) 같은 현대 정보기관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미국의 첩보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기자: 미국이 독립국으로 탄생하기 전부터 첩보 활동은 미국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국제스파이박물관에 따르면, 독립전쟁 당시 미국 대륙군은 영국군에 비해 군사력도, 무기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 열세를 뒤집은 비밀무기가 바로 '정보'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첫 번째 최고 스파이 마스터, 즉 첩보 수장은 다름 아닌 조지 워싱턴 장군이었습니다.
진행자) 나중에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되는 조지 워싱턴 장군이 첩보 수장 역할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대륙군을 이끌던 워싱턴 장군은 1777년 뉴욕의 상인 나대니얼 새킷(Nathaniel Sackett)에게 편지를 보내 첩보망 구축을 맡겼습니다. 워싱턴은 새킷에게 매달 50달러를 지급하고, 첩보망을 운영할 사람들을 고용하는 데 사용할 500달러도 제공했습니다. 이후 1778년에는 대륙군 장교인 벤저민 톨매지(Benjamin Tallmadge)가 워싱턴의 지시에 따라 뉴욕 일대에서 영국군의 움직임과 군사 계획을 파악하기 위한 ‘컬퍼 스파이 링(Culper Spy Ring)’이라는 비밀 첩보망을 조직했습니다.
진행자: 영화에 나올 법한 비밀 조직이 실제로 있었군요. 당시엔 어떤 방식으로 첩보 작전을 펼쳤나요?
기자: 신분을 숨기기 위해 암호명과 숫자로 된 비밀 암호북을 썼고요, 불에 달구거나 약품을 바르면 글자가 나타나는 '투명 잉크'로 비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빨래판에 거는 옷가지의 색깔과 개수로 영국군의 이동 정보를 신호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18세기에 투명 잉크와 비밀 암호라니, 정말 흥미롭습니다. 당시에는 첩보 활동에 새로운 기술도 활용했습니까?
기자: 네. 대표적인 사례가 ‘터틀(Turtle)’이라는 이름의 잠수함입니다. 1776년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 군함에 몰래 접근해 폭탄을 설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영국 군함에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사람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적군의 함정에 접근한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진행자: 독립전쟁 이후 남북전쟁이나 세계대전으로 가면서 첩보 기술도 확 바뀌었죠?
기자: 네, 시대와 기술이 바뀌면서 첩보원들의 작전도 한층 진화했습니다. 남북전쟁 때는 하늘을 날았습니다. 저희가 방송에서 한번 전해드렸던 열기구 정찰대인데요.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 망원경으로 적진을 살핀 뒤 지상으로 전신을 보내 실시간으로 정보를 타전했습니다. 당시로선 최첨단 드론 정찰이었던 셈이죠.
진행자: 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국의 정보 활동이 훨씬 체계적으로 발전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오늘날 CIA의 모태가 된 ‘전략사무국(OSS)’이 만들어졌습니다. 전략사무국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진에서의 비밀 작전과 선전, 심리전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국제스파이박물관은 당시 전략사무국이 음악을 이용해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 했던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짜 라디오 방송을 틀거나 탈영을 유도하는 유행가를 퍼뜨려 적의 전쟁 의지를 꺾어버린 거죠. 이처럼 미국의 정보 활동은 단순히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주려는 심리전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면 미국의 첩보 역사는 기술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첩보 기술도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습니다. 독립전쟁 당시에는 사람이 직접 정보를 전달해야 했고, 남북전쟁에서는 열기구 같은 새로운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는 무전과 암호, 비밀공작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는 위성이나 컴퓨터, 사이버 기술까지 정보 수집의 수단이 확대됐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강연과 별도로 국제스파이박물관에서는 조지 워싱턴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의 정보전까지 약 250년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국제스파이박물관에서는 미국의 첩보 역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줍니까?
기자: 실제 첩보 활동에 사용됐던 물건과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이 첩보 활동을 지시하면서 보낸 친필 편지부터, 첩보원들이 사용했던 암호와 비밀 통신 도구, 그리고 시대에 따라 발전한 각종 정보 수집 장비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 첩보원들이 사용했던 물건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첩보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분을 숨기는 기술’인데요. 국제스파이박물관에서는 첩보원들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거나 정보를 몰래 전달하기 위해 사용했던 다양한 장비와 도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에 정보를 숨기거나,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등입니다.
진행자: 독립전쟁의 비밀 정보망에서 현대의 디지털 정보전까지, 미국의 역사와 함께 첩보 방식도 계속 변해온 셈이군요. 250년 미국 첩보의 역사, 조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