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바다가 만든 섬…관광 천국 너머의 하와이

7일 한 남성이 하와이 와이아나에 있는 일렉트릭 해변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

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경제와 스포츠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수요일은 미국의 50개 주를 하나씩 만나보는 시간인데요. 조상진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하와이로 가 보죠.

기자) 네. 지난주에는 폴리네시아인들의 항해부터 하와이 왕국,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훌라와 서핑 같은 하와이의 독특한 문화를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조금 다른 하와이를 해보겠습니다. 하와이라고 하면 보통 와이키키 해변에 야자수가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그 해변에서 조금 벗어나 보겠습니다. 지금도 땅이 만들어지고 있는 화산의 섬, 세계적인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미국에서도 생활비가 비싼 곳, 그리고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는 하와이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금도 땅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화산 활동 때문인가요?

기자) 네. 사실 하와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지도를 한번 떠올려 봐야 합니다. 미국 본토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여러 섬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하와이라고 부르는 주는 여러 개의 주요 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섬들은 모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닷속 화산이 폭발하면서 섬이 된 건데요. 하와이 아래에는 지구 내부에서 뜨거운 물질이 올라오는 이른바 ‘핫스팟’이 있습니다. 그 위로 태평양판이 아주 오랜 시간 움직이면서 화산이 하나씩 만들어졌고, 화산이 해수면 위까지 높아지면서 섬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핫스팟은 비교적 같은 위치에 있는데 지각판은 계속 움직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섬들이 한꺼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차례차례 생겨났습니다. 북서쪽으로 갈수록 오래된 섬이고, 남동쪽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젊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가장 젊은 섬이 우리가 흔히 빅아일랜드라고 부르는 하와이섬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와이주와 이름이 같아서 보통 ‘빅아일랜드’라고 부르는 하와이섬인데요. 여기에는 마우나로아와 킬라우에아 같은 유명한 활화산이 있습니다. 특히 킬라우에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화산은 아주 오래전에 끝난 지질학적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연현상이라는 걸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용암이 굳어 검게 변한 넓은 땅이 펼쳐져 있고요. 과거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가면서 새로운 땅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우리가 생각하는 하와이의 푸른 해변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겠네요.

기자) 정말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하와이에서도 섬마다 풍경과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곳은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입니다. 와이키키 해변과 진주만도 여기에 있고요. 도시와 관광, 군사시설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반면 빅아일랜드에서는 거대한 화산과 검은 용암지대를 만날 수 있고요. 마우이는 할레아칼라 화산과 해안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카우아이는 오랜 침식으로 만들어진 깊은 계곡과 절벽 때문에 훨씬 울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하와이는 단순히 ‘예쁜 해변이 있는 섬’ 하나가 아니라 만들어진 시기와 자연환경이 서로 다른 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진행자) 그래도 하와이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은 역시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의 와이키키 아닐까요?

기자) 그렇죠. 와이키키는 하와이 관광산업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해변을 따라 호텔과 리조트, 식당과 상점이 이어져 있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하와이는 미국의 다른 주와 달리 본토에서 자동차를 타고 갈 수도 없고요.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합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휴양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관광은 하와이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호텔과 식당뿐 아니라 항공, 쇼핑, 렌터카, 관광 프로그램 등 수많은 일자리가 방문객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관광객 입장에서는 천국 같은 곳인데, 실제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또 다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서 하와이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옵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많은 물건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겁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본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유나 달걀, 시리얼 같은 제품들도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많고요. 자동차 연료부터 건축자재까지 운송비가 붙습니다. 모두 배나 비행기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와이 주정부도 높은 생활비를 주민들이 직면하는 오랜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 문제가 큽니다. 섬이다 보니 개발할 수 있는 땅에는 한계가 있고, 인기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부의 부동산 수요도 있습니다. 여기에 높은 건설비까지 겹치면서 집을 사거나 빌리는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보는 하와이와 주민들이 경험하는 하와이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관광객에게는 며칠 동안 머무는 휴양지지만, 주민들에게는 식료품을 사고 집세를 내고 출퇴근하며 살아가는 생활공간인 거죠.

진행자) 관광산업이 워낙 크다 보니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하와이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단순히 관광객을 많이 끌어오는 것보다 자연과 지역사회를 보호하면서 관광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관광객이 특정 해변이나 자연 명소에 몰리면 교통과 쓰레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산호초나 등산로 같은 자연환경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관광지가 겹치는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하와이 관광 당국도 최근에는 관광객 수만 늘리는 방식보다는 지역 문화와 자연을 존중하는, 이른바 ‘책임 있는 관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와이 여행을 간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곳을 소비한다기보다 그곳에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하와이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위치인데요. 지도를 보면 하와이는 미국 본토와 아시아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위치 때문에 하와이는 관광지인 동시에 미국의 중요한 군사적 거점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진주만 이야기도 했는데요. 오늘날에도 오아후에는 미군의 주요 시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진주만과 히캄 공군기지가 통합된 합동기지 펄하버 히캄이 있고, 육군과 해병대 시설도 있습니다. 또 하와이에는 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 본부가 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와 일본, 괌을 포함한 광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바라보는 데 하와이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난주에 봤던 하와이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네요.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50번째 주 하와이를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화산이 만든 자연부터 관광산업, 섬 생활의 현실과 전략적 위치까지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