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전작권 전환 1] 한국 “내일 회수돼도 문제없어”…워싱턴 “전환은 조건 기반”

2026년 3월 14일, 미한 연합훈련 ‘프리덤 실드(FS)’의 일환으로 경기도 연천 민간인 출입 통제선 부근에서 열린 미한 연합 도하 훈련 중, 제이비어 브런슨 미한연합사령관이 미군 장병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자료 사진)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과 ‘회복’의 핵심 과제로 부각시키면서, 전환 시점과 조건을 둘러싼 미한동맹 내 논의도 한층 활발해지는 양상입니다.

안규백 한국 국방부 장관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전작권 회복을 자주국방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방어하는 주체로 그 위상을 더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전환 시기를 포함한 구체적인 전작권 회복 로드맵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장관은 올해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이 완료되면 전작권 회복의 마지막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며, 올해 가을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검증을 마친 뒤 대통령에게 전환 시기를 건의해 전작권 회복을 가시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환 이후에도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필수 능력을 계속 제공받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이처럼 ‘주권 회복’의 개념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군 고위 관계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VOA에 이 사안이 단순히 미국이 가진 권한을 한국에 돌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조건 기반 검증과 연합방위 역량, 지휘구조, 확장억제, 그리고 변화한 북한 위협이 맞물린 동맹 운용의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은 원칙론…전환은 조건 기반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신중한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VOA의 관련 질의에, “미군 지휘관들은 선출직과 임명직 정치 지도부가 정한 정책을 집행한다”며 “둘 사이에 이견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당국자] “U.S. military leaders execute the policies set by the elected and appointed political leadership. There is no daylight between the two.”

미 전쟁부는 VOA에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새로 제공할 내용은 없다”며, 최근 한국 국방 당국자들과의 협의 결과를 참조하라고 밝혔습니다. 전쟁부가 제시한 제28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 공동성명은 양측이 미한동맹의 전반적 국방협력을 평가하고,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도 지난 5월 11일 안규백 한국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주된 책임”을 맡으려는 의지를 평가했습니다. 당시 안 장관은 한국이 핵심 국방 역량을 확보하며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방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역할 확대와 전작권 전환 시점의 조기 확정은 워싱턴에서 반드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하원 군사위원회 서면 증언에서 가속화된 조건 기반 전작권 전환이 현대화된 미한동맹의 한 요소라면서도, 이는 “시간표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한국군이 전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구체적 역량을 보유해야 하며, 전환 전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결정”과 군사적 조건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이 최종적으로 정치 지도자들의 결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결정이 이미 합의된 조건 검증을 대체하거나 앞지를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은 “양국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때 군 지휘관들의 “최선의 군사적 조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First of all, it absolutely is a political decision for both countries. Political leaders will make this decision… That said, political leaders could be taking into account the best military advice from their military leaders…”

클린트 워크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동북아시아 담당 연구원도 전작권 전환이 궁극적으로 정치적 결정이라는 설명 자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순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조건 기반 절차를 거쳐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와 인증을 마치면 결국 양국 정치 당국이 전환 완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On its face, it's not mutually contradictory… At a certain point in time, once the alliance goes through the conditions-based process, and they do the IOC, FOC, FMC stages, and they assess and certify all these stages… political authorities will have to make a decision to complete the transition…”

문제는 그 ‘정치적 결정’의 범위와 의도입니다. 워크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말하는 정치적 결정이 조건 충족 뒤의 최종 승인이라는 의미를 넘어, “조건 충족 과정을 앞당기거나” 현재 설정된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What the current South Korean officials and administration means by this is that there can be a political decision to accelerate the path of going through the conditions, or essentially not meeting all the conditions as currently laid out.”

워크 연구원은 이런 접근이 계속될 경우, 현재의 조건 기반 전작권 전환 계획이 전제로 하는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 모델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이 필요하다고 보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조건을 우회하려 한다면, 향후 지휘관계의 다음 형태를 둘러싼 “복잡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If the ROK side's insistence is that they need to move past and essentially sidestep some of those conditions, that does theoretically open the door to a different type of arrangement moving forward… it could create complications for what the next iteration of the command relationship looks like.”

전략적 효과가 핵심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VOA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정치적 사안이자 군사적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완전한 주권 회복”이라는 상징을 갖는다는 설명입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Wartime OPCON transition is both a political and military issue. Politically, it symbolizes the popular idea of regaining full sovereignty…”

크로닌 석좌는 전작권 전환이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문제이지만, 그동안 미한동맹의 “탁월한 협력”은 계속돼 왔고, 한미연합사는 “강력한 억제력”과 “긴밀한 동맹”을 보여주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That has not stopped extraordinary alliance cooperation, however, and the combined command is a potent deterrent and underscores the close alliance.”

크로닌 석좌는 군사적으로는 전작권 전환이 “정치적 편의”가 아니라 “바람직한 전략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고 핵심 이익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동맹 군사협력의 “이상적 구성과 구조”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며, “동맹 현대화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Militarily, however, wartime OPCON transition should be focused not just on political expediency, but desired strategic effects: what is the ideal configuration and architecture of military alliance cooperation that best achieves vital interests, starting with readiness to address a multitude of potential threats. In this sense, alliance modernization should be about the future, not simply on the past.”

크로닌 석좌는 또 정치 지도자들이 조건이 충족됐다고 선언하려 한다면, 최고 군 지휘관들의 “전문적 조언”과 역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If political leaders want to declare conditions met, hopefully they will take into full account the expertly informed recommendations of top military leaders and consider the impact on regional security.”

북핵 고도화…달라진 조건

전환 조건을 둘러싼 논쟁은 북한 위협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건 기반 전환 논의가 처음 설계됐을 때와 현재의 안보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건 기반 전환 계획의 핵심에는 한국이 연합사를 관리할 군사 지휘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 필요한 군사역량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안보 환경은 10년 전 조건이 설정됐을 때와 비교해 북한 핵전력 증강으로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이제는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한반도 안보 전문가] “The environment has changed dramatically with the buildup of the North Korean nuclear force compared to 10 years ago, when these conditions were put down, so we have to look at what's actually happened.”

베넷 박사는 과거 한국 정부들이 당초 국방개혁 계획에서 예상됐던 투자 속도를 대체로 유지하지 못했고, 필요한 일부 역량은 10년 전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런슨 사령관이 전환 시기를 향후 몇 년 뒤로 언급한 것은 그런 조건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한반도 안보 전문가] “Some of the required capabilities have been far slower to develop than was expected 10 years ago… I think General Brunson talking about making the transition, and maybe 2028 or 2029 suggests that that hasn't happened yet.”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도 현 시점의 전작권 전환 가속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논의가 “필요”나 “실제 전투역량”보다 정치와 인식에 더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I would say no, but unfortunately, what it seems to be based on is politics, not need… politics, not the actual capabilities.”

벡톨 교수는 북한 위협이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핵심 군사체계의 기술적 향상을 얻고 있다는 점은 전작권 전환 시점 논의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The North Korean threat is now more capable than it ever has been since the end of the Cold War… this is not a good time to be downplaying the North Korean threat…”

“날짜는 조건이 결정해야”

과거 한반도 연합방위 문제를 직접 다룬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도 VOA에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사령관 개인이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바뀌는 문제가 아니며, 주권 문제로 봐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 “The change of OPCON has many factors not only changing the individual from US to ROK. It is not a sovereignty issue…”

이 관계자는 과거 한미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 설정된 조건들, 그리고 한국이 충족해야 할 투자 요건들이 존재한다며, 이런 요건들은 미국으로부터 자동으로 이전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 “There were conditions established at SCM/MCM year ago plus investment requirements by the ROK which will not transfer from the US automatically.”

특히 전환 시점은 모든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한동맹이 70년 넘게 북한을 억지하는 데 성공해 왔고, 북한의 위협은 더 수월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 “The date should be determined based on meeting all conditions. The alliance has been successful in deterring NK for over 70 years… NK has not become an easier threat.”

이 관계자는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라 군인으로서 동맹과 한국 안보에 무엇이 최선인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 “I’m a soldier not a politician and I look at this as what is best for the alliance and the security of the ROK.”

미 의회 역시 이 사안과 관련해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국방장관이 관련 인증을 의회에 제출하고 60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8천500명 아래로 줄이거나 한미가 합의한 계획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한미연합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료하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주한미군사령관과 인도태평양사령관, 합참의장의 독립적인 위험 평가도 요구했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결국 한국의 역할 확대라는 정치적 상징과 ‘조건 기반’ 군사 절차 사이의 균형 문제로 압축됩니다. 한국 정부는 전환 로드맵과 목표 시점 설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워싱턴의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그 시점이 정치 일정이 아니라 조건 충족, 연합방위 역량, 그리고 변화한 북한 위협에 대한 엄격한 평가 위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