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명은 “미국이 가진 전작권을 한국이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전작권 전환을 ‘회복’이나 ‘환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군 고위 관계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표현이 현재의 한미연합 지휘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마치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일방적 통제권을 갖고 있고 한국이 이를 되찾는 문제처럼 비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현재 한미연합사 체제가 미국의 핵심적 역할을 전제로 하면서도, 양국이 공동으로 만들고 운용해 온 양자 지휘체계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 때문에 전작권 전환의 쟁점은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일방적 통제권을 넘겨주느냐가 아니라,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 아래에서 연합지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28일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 한미연합사 체제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기 전환 시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반박한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연합사라는 제도적 틀을 유지하는 것과, 그 안에서 실제 지휘권과 미군 운용, 유엔사 조율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명확히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한국군 통제”는 신화
한반도 안보와 연합지휘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작권 전환을 “주권 회복”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현재의 지휘구조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진짜 문제는 이것이 주권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전작권은 주권 문제가 아니며, “그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한국군을 통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한국군이 미국의 통제 아래 있다는 인식에 대해 “그런 오해, 그런 신화는 반드시 불식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The real issue is that it is not a sovereignty issue… in practical terms, it is not a sovereignty issue, and the first reason for that is that the US does not control South Korean forces. That misunderstanding, that myth must be put to rest.”
맥스웰 부대표는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과 미국이 특정 임무 수행을 위해 각자 제공한 전력에 작전통제를 행사하는 ‘공동 지휘체계’로 설명했습니다. 평시 한국군은 한국 합참의 지휘를, 미군은 미국의 지휘체계를 따르며, 양국이 합의한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력이 한미연합사에 배속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어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국 장성이기 때문에 병력이 미국의 통제 아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사령관이 양국의 국가 지휘 및 군사 당국 대표들로 구성된 군사위원회에 보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사는 “완전한 양자 지휘체계”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이 동등하게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This is a complete bilateral command where US and the Korean government have decided to create this command, and most importantly, it is equally co-owned by both countries.”
이런 구조 때문에 맥스웰 부대표는 ‘전작권 전환’이라는 표현 자체가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측에 존재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한국 측으로 전환되는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There is no transfer of wartime operational control to the Korean side, because there's no wartime operational control existing on the US side, that is why this is such a myth.”
맥스웰 부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한국군을 지휘하던 권한을 돌려주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존 한미연합사의 통합성을 유지한 채 사령관과 부사령관 구성을 어떻게 바꾸고, 그 구조가 실제 위기와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도록 만들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제어봉 논리’…통제 아닌 영향력
클린트 워크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동북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VOA에 전작권 논쟁을 미국의 이른바 ‘제어봉 논리(control rod logic)’라는 분석틀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자로의 제어봉이 핵반응의 속도를 조절하듯, 미국의 주도적 지휘 역할이 한반도 위기관리와 확전 방지, 한국의 대응 수위 조절, 북한에 대한 억제 신호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 왔다는 설명입니다.
워크 연구원은 미군 장성이 한미연합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구조가 미국의 “절대적 통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미국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해 “높은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하게 해 주며, 이는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북한의 공격 행위에 대한 대응에서도 작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Having the US commander be in the lead role helps the US maintain not necessarily absolute control, because of course that's impossible, but a high degree of influence over the security environment on the peninsula…”
워크 연구원은 이 구조가 위기 완화와 확전 방지와도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음으로써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불균형적 대응을 제어할 수 있고, 동시에 북한에는 미국이 대응할 준비와 능력을 갖췄다는 신호를 보내 억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Being in this lead role helps the US… mitigate crises and try to deescalate crises, and this can involve… restraining South Korea from disproportionate responses to North Korean actions…”
워크 연구원은 또 이 논리가 한반도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와 미한동맹 안에서 일정한 상대적 통제를 유지하는 것은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전반의 전략적 이익과 연계된 미국의 공약 안정성에도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Maintaining a degree of relative control on the peninsula and within the US-South Korea alliance also helps maintain stability in this commitment that relates to a broader array of US strategic interests in the region…”
이런 설명은 전작권 전환 논의가 한국군 지휘권의 상징성뿐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한반도 위기관리 방식과도 맞물려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래연합사, 해체에서 유지로
현재 논의되는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 모델은 과거 전작권 전환 구상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양국 군이 별도의 병렬 지휘구조를 두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후 양국은 기존 연합사 틀을 유지하면서 사령관과 부사령관 구성을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의 초점은 연합사 해체 여부가 아닌, 한국군 4성 장성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4성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에서 어떻게 연합사의 통합성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로 좁혀졌습니다.
워크 연구원은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초기 계획에서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예정이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과거 구상대로라면 1978년 창설 이후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한미연합사가 사라졌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The most notable difference, of course, is that the earlier plans… was that the CFC would have been dissolved…”
워크 연구원은 현재 모델의 의미를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통합된 연합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과거 모델은 일정한 연합 요소를 남겨두더라도 같은 수준의 전략적 통합 지휘체계를 보존하지 못했고, 위기나 전쟁 상황에서 지휘의 통일성과 목적의 통일성에 의문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You're retaining the CFC, but you're also retaining an integrated combined command. The earlier model… would not have preserved the same strategic level unified strategic level command, and it raised questions and concerns about not just unity of command… but unity of purpose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미래 지휘구조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미래 지휘체계에 여러 구상이 존재한다며, 복합적인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구조가 무엇인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There are competing ideas about a future command, and we should also want to see more debate about the preferred arrangements and their ability to cope with a complex security environment.”
따라서 전작권 전환 논의는 한국군 장성이 지휘할 수 있느냐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핵심은 미래연합사가 현재 한미연합사의 통합성과 지휘 일체성을 얼마나 유지하고, 북한의 재래식·핵·미사일 위협과 미군 증원, 유엔사 조율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한국군 장성 지휘론
워싱턴 전문가들의 이런 우려가 한국군 장성의 미래연합사 지휘 자체에 대한 일률적 반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전문가는 전작권 전환이라는 표현과 주권 담론에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특정 작전 환경에서는 한국군 장성의 지휘가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는 미래 한미연합사를 갖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것은 미국이 가진 권한을 한국에 넘기는 문제가 아니라, 양국이 연합사 지휘를 한국군 장성에게 맡기기로 결정하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There is nothing wrong with having a future combined forces command that is commanded by a Korean general, but that is not OPCON transition, that is a decision by both countries…”
특히 북한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전개될 경우 한국군 장성이 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군을 격퇴하기 위한 것이든 북한의 불안정과 정권 붕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든, 북한 내부에서 수행되는 어떤 군사작전도 한국군 장성이 지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I believe that any military operation that is conducted in North Korea, whether it is to defeat the North Korean People's Army, whether it's in response to North Korean instability and regime collapse should be commanded by a Korean general.”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 지역 군사작전의 최종 정치적 목표가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 즉 통일 대한민국”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군 장성이 북한 지역 작전을 지휘할 경우 미국이 북한 지역을 점령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또 다른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인식”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
“…the outcome of any military operation inside North Korea must be the establishment of a free and unified Korea, a united Republic of Korea… We cannot allow the perception of another Iraq or Afghanistan, and the perception that US forces are occupying the Northern Territory of Korea.”
이런 분석은 워싱턴 내 논의가 한국군 장성 지휘에 대한 찬반으로만 나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느냐 자체보다, 어떤 조건과 지휘구조, 미군 지원 체계 속에서 그런 변화가 이뤄지느냐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군 운용 구조의 불확실성
그러나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 모델이 구상돼 있다고 해서 전환 이후 지휘구조의 모든 세부 시나리오가 명확해진 것은 아닙니다. 특히 미래연합사 아래에서 미군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지, 미국의 국가 지휘권과 현장 지휘구조가 어떻게 연결될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군 주도 미래연합사 아래 미군 운용 방식이 여전히 핵심 쟁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박사는 “두 정부 중 어느 쪽도 이것이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한반도 안보 전문가]
“I have not seen a clear plan laid out by either of our governments about how that would evolve…”
그는 과거에는 한국군 4성 장성이 미래연합사를 지휘하더라도 미국이 별도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이후에는 미군 3성 또는 4성 부사령관이 미군을 관리하는 방식이 거론됐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명확한 구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환 이후에도 미군은 미국 국가 지휘체계와 연결돼 있고,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와 역내 기지에서 증원 전력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군 장성이 미래연합사를 지휘하더라도, 미군 전력 운용과 증원 절차, 미국 지휘체계와의 연결 방식은 전환 이후 지휘구조의 핵심 쟁점으로 남습니다.
유엔사·주한미군사와의 조율 과제
전작권 전환 이후 지휘구조 문제는 한미연합사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한반도에서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모두 미군 4성 장성이 겸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군 장성이 미래연합사를 지휘할 경우,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가 어떻게 조율될지도 주요 쟁점으로 남습니다.
워크 연구원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위기 시 주한미군사령부가 한미연합사에 전력을 제공하는 절차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The relationship with USFK should not appreciably change…”
문제는 유엔군사령부와의 관계입니다. 워크 연구원은 이 영역에서 새로운 조율 과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즉 전시 병력 제공국들은 미국 주도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With the UNC, particularly with all the UNC member states or sending states, they are acclimated to the US-led structure.”
워크 연구원은 미국은 다국적 연합을 지휘하는 데 명백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전환 이후 한국이 유엔군사령부와 관련해 어떤 역할과 권한을 갖게 된다고 전제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나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전력제공국들이 그런 전제에 반드시 동의하거나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클린트 워크 / 미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The US has obvious experience and know-how when it comes to leading multinational coalitions that South Korea simply does not have… one wonders what assumptions the ROK has about the roles and authorities it will have in relation to the UNC in a post OPCON transition environment that the US or even more so UN member states or sending states don't necessarily agree with or ascribe to and may not be as willing to lean into.”
이런 논의는 한반도 정전체제 운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비무장지대(DMZ) 남측 구역 일부의 관리 조정 문제가 미한 간 공식 의제로 다뤄진 만큼, 전작권 전환은 연합사 지휘체계를 넘어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정전체제 운영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전작권 전환 논의는 한국군 주도성 확대라는 상징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미래연합사가 기존 한미연합사의 통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전환 이후 미군 지휘와 증원 체계,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습니다.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권한 반환’이 아니라 미한동맹 연합지휘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있다는 것이 워싱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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