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북한 잇단 중국 선박 구매 관련 질문에 “기존 제재 계속 이행할 것”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중국 얀타이 북쪽 56km 해상에서 동쪽 즉 북한 서해 방면으로 운항 중인 북한 선박 수령산호가 보인다.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무부는 기존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해만 북한이 20척의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했다는 VOA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반응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북한이 중국 중고 선박을 잇따라 구매하고 있는 정황과 관련해 기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나는 사례에 대한 논평 요청에 “먼저 우리가 기존 제재를 완전히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Well, first, I will say that we will fully enforce our existing sanctions. But then I will give the answer you heard me give in the past, which is with respect to any potential future sanctions actions, I would never want to prove them from this podium.”

다만 “과거에 말한 대로 앞으로의 잠재적 제재 관련 조치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밀러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이 사안을 묵인하는 데 대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어떤 잠재적 제재 관련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 등을 인용해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나는 경우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선박 연풍 3호가 중국 산둥성 인근 해역을 운항 중인 장면. 연풍 3호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제재를 권고한 선박이다. 자료=MarineTraffic

실제로 올해만 모두 20척의 중국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GISIS 등에 등재됐는데, 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난해 북한이 신규로 등록한 선박으로 밝힌 6척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해 등록한 행위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이본 유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조정관 대행은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 가능성과 관련한 지난 6월 VOA의 이메일 질의에 “과거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지속적인 선박 취득을 추적하고 조사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 조정관 대행] “As you would be aware from its past reports, the Panel has tracked and investigated the DPRK’s on-going acquisition of ships. This trend continues. The transfer / sale of foreign-flagged vessels to the DPRK contravenes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UNSCRs). We continue to encourage vigilance of such vessel sale. Some recommended steps are contained in the Panel’s latest report S/2023/171.”

이어 “해외 선적 선박을 북한에 양도, 판매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며 “우리는 이러한 선박 판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4월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불법으로 매입한 선박 21척을 포함한 25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새롭게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선박이 확인됐습니다. 올해 북한 깃발을 단 21번째 선박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선박 린나(Lin Na)호는 한반도 시각으로 3일 현재 북한 남포 대동강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린트래픽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토대로 린나호가 현재 ‘부양5호’를 선박명으로, 선적을 북한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표기했습니다.

문제는 린나호가 최근까지 북한 깃발을 달았던 기록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다른 나라 선적이던 선박이 갑작스럽게 북한 선적으로 나타난 건 북한이 제 3국 선박을 구매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는 린나호의 IMO 등록번호와 연결된 선박이 카메룬 선적의 ‘SF트립’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2007년 건조된 이 선박은 최초 중국 깃발을 달았으며, 이후 시에라리온, 자메이카, 토고, 벨리즈, 카메룬 선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북한 선박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름도 최초엔 페이윤207호였지만 이후 유니티호, 선 르자오호, 린나호에 이어2021년 하이지에호가 됐고, 2022년 10월부터 SF트립호라는 이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선박이 AIS 정보를 통해 자신을 북한 선적의 부양5호로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이 선박을 구매한 시점이 2022년 10월에서 최근 사이 어느 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린나호는 지난 2016년 북한 남포 항에 기항한 기록을 남기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선박입니다.

특히 린나호는 뉴질랜드의 보험회사로부터 선박 보험을 가입했는데 북한에 기항한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었던 것입니다.

당시 린나호는 홍콩의 한 회사가 소유∙운영주로 등재됐었습니다.

만약 북한으로 소유권이 넘겨지기 전까지 동일한 홍콩의 회사가 린나호를 계속 운영해 왔다면 또 다른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으로 판매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