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 "북한 선의에 안보 기대지 않아"...전문가들 "남북 '강대강' 국면 장기화"

윤석열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 안보가 힘의 우위에 입각해 탈바꿈했다며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은 한 달 넘게 남북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면서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메시지 형식으로 모두발언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간의 국정을 통해 외교와 안보 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가 없다며,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힘의 우위에 입각한 안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습니다. 우리의 3축 방어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과거 몇 년 간 중단되었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실전훈련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워싱턴 선언’ 채택과 미한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부각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미한 상호방위조약은 핵 능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 방위를 약속했고 대한민국은 미 핵 자산 운용에 관한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통해 확장억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12년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된 데 대해서도 두 나라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담에서 “세 나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쇼’를 벌였다고 비판하며 지난 1년 간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대북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같이 보기: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담대한 구상' 대북 제안..."한일 관계 신속 회복 노력"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이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이 지속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북한이 핵 개발을 포함해서 군사적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대화나 협력은 의미가 없다는 것 아니에요. 북한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한다면 현재의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대화나 협력을 하기 위해서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북한은 지난달 7일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이용한 한국 측의 정기통화 시도 모두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간의 통신연락선 운용이 이처럼 전면 중단된 건 2021년 10월4일 복원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은 한 달 넘게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으면서도 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 개성공단 내 한국 측 투자 자산의 무단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한국 정부의 대북통지문 수령을 거부한 뒤 그 다음날부터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어 이 문제가 통신선 차단의 계기가 됐으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과거 같으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대남기구를 동원해 한국을 비난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을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는 것은 철저한 대남 무시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맞대응 성격과 함께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켜 한국 내 갈등을 유발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지금 상태가 계속 가면 엄청난 공포를 경험하게 될 거다라는 엄포를 넣는 것이고 그런 선상에서 유사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선들을 끊어 버리는 거죠. 그러면서 일종의 불확실성과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통신선 차단은 북한이 미한에 대해 설정한 ‘강대강’ 대치 차원의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는 강대강 국면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풀기 보다는 미국과 나아가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압도적 힘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대북 강경책에 대한 윤 정부의 원칙적 기조 또 한미 한일 협력 구도 형성이 나름대로 윤석열 정부는 성과로 판단하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기존 입장이 바뀌진 않을 거다, 그리고 북한도 이미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지 오래고요, 강대강 국면을 선언했고 이 남북관계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히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무력 도발을 이어 온 북한이 26일째 잠잠한 상태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을 끝으로 도발을 멈췄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 현지 지도 소식이 19일 보도된 이후 21일째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첫 군 정찰위성 계획된 시일 내 발사"...미한 정상회담 겨냥 도발 가능성

그 사이 미한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미한 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고 미한일 안보협력 강화가 논의됐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달 29일 입장 발표 이외에 이렇다 할 당국 차원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여정 '워싱턴 선언' 반발 '결정적 행동' 위협...대형 도발 가능성 시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대형 도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오는 미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전후해 또 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