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반격 역량 갖춘 일본, 역내 안정에 기여…중국 견제 파트너”

지난 10월 일본 규슈에서 일본 항공 자위대 소속 F-15, F-2 전투기와 미 해병대 소속 F-35B 전투기가 합동 훈련을 했다.

미국의 전직 관리 등 전문가들이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개정을 미국의 세계 전략을 뒷받침하는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했습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중국 견제와 역내 안정에 기여한다며 미국은 방어력과 반격 능력을 겸비한 일본을 최상의 파트너로 여긴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21일 VOA에 “미국에서는 강력한 군사 대비태세를 갖춘 일본이 역내 억지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국장] “There's a very strong recognition in the United States, that Japan with a strong defense posture is good for regional deterrence. There's a very strong sense that a Japan that has the greater capability to defend itself, and a greater capability to respond to attacks on Japan, would make a very strong contribution to deterrence. So that's the main reason why this is so welcome in Washington.”

존스턴 전 국장은 “스스로 방어할 역량과 공격에 대응할 역량이 증강된 일본이 역내 억지력에 크게 기여한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그런 이유로 워싱턴은 일본의 안보전략 개정을 반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일본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하고, 방위비를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 대비 2% 수준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국가안보전략’ 등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열린 임시 각의에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채택한 후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등 지도부는 즉각 초당적으로 일본의 새 안보 전략을 환영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해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고, 의회 외교위원회와 아태 소위원회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우리의 확고한 동맹국인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던 미국이 ‘숙적’ 일본의 방어력 강화, 사실상 재무장을 적극 지지하는 최우방국을 자임하게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중국의 타이완 위협,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적성국들이 날로 패권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국장] “The US wants Japan to be a partner that can cooperate closely in responding to a whole range of contingencies, whether it's something involving North Korea, or a conflict in the Taiwan Strait. By 2027, at the end of this build up plan was announced on Friday, Japan will have the third largest level of military spending in the world. That combination of diplomatic, economic, and defense capability just makes Japan a very influential and important partner.”

일본 전문가인 존스턴 전 국장은 “미국은 북한 문제가 됐든 타이완 해협 문제가 됐든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는 데 일본이 밀접하게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주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주 일본이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의 방위비 증가 계획이 끝나는 2027년이면 일본은 세계 3위 방위비 지출국이 된다며,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역량을 겸비한 그때의 일본은 매우 영향력 있고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존스턴 전 국장은 내다봤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중국의 타이완 무력 통일 시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미국이 일본의 방어력 증강에 힘을 싣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존 헤밍스 퍼시픽포럼 인도태평양 외교안보 국장은 “일본이 역내에서 미국과 나란히 더 강력한 방어적 역할을 하게 된다면 중국이 타이완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걸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헤밍스 퍼시픽포럼 국장] “Having Japan play a stronger defensive role, alongside the US within the alliance would deter the PRC from taking the military route on Taiwan.”

아시아 내 다른 지역에서 일본의 위상과 외교력 등 ‘소프트파워’가 전제주의 국가들에 맞서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지난 11월 일본 요코스카 인근 해역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해상자위대 소속 헬기구축함 휴가함.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안보를 넘어 경제와 외교 면을 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을 존중하고 일본의 개입을 반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if you look beyond the sort of security realm to more economic side and diplomatic side, countries in Southeast Asia really respect Japan and welcome Japanese involvement. So I think part of the strategy is to leverage the goodwill that Japan has generated in Southeast Asia, to make sure that countries in the region are continue to be supportive of the global economic order.”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따라서 “일본이 동남아에서 구축한 친선을 활용해 역내 나라들이 국제 경제 질서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미국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등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군사 재무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가안보전략 개정은 곧 평화헌법 개헌과 일본 재무장의 길을 터주는 것이란 우려입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일본 국가안보전략에 드러난 점진적 변화가 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잭 쿠퍼 AEI 선임연구원] “I doubt that the evolutionary changes we saw in Japan’s National Security Strategy are going to lead to revision of the constitution. Japan can do most of what it needs to in terms of national defense under the current constitution, so I don’t think an amendment is necessary.”

“일본이 국가 방어 측면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 행위는 현행 헌법하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인 만큼, 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방어력 증강과 더불어 한국 등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일본 전문가 로버트 워드 선임연구원은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동북아 안정의 핵심이며, 일본 정부는 이번에 개정된 국가안보전략에 한국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워드 IISS 선임연구원] “South Korea is a key actor in stabilising the security situation in East Asia. In this sense the reference to the ROK as ‘a highly important neighbouring country to Japan both in a geopolitical context and in regard to Japan’s security’ was also significant, as was the pledge to ‘enhance Japan-ROK and Japan-US-ROK strategic coordination, including in the area of security.’”

워드 연구원은 “일본 국가안보전략이 한국을 ‘지정학적 혹은 일본 안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인접국가’로 지칭한 것, 또 일·한, 일·미·한 간의 안보 분야를 포함한 전략 조율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것 등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헤밍스 퍼시픽포럼 국장은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동아시아 지역 내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미한일 3국이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헤밍스 퍼시픽포럼 국장] “It is thought, the rise of China and its assertiveness has, to some extent, been because Japan has been kept abnormally weak. The restoring of a balance in the region, if it were done very carefully, and again, through our allied coordination, including South Korea, and with a Japan that is a liberal democratic country, then normalization of Japan, is a good thing.”

중국이 지금처럼 강력해진 것은 일정 부분 일본의 군사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내 세력 균형의 회복이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국 등 미국의 동맹들과 조율 하에 자유민주 국가인 일본과 함께 이뤄진다면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좋은 일이라고 헤밍스 국장은 부연했습니다.

VOA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