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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격 능력 보유’ 선언…“북한,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열린 임시 각의에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채택한 후 기자회견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열린 임시 각의에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채택한 후 기자회견을 했다.

일본 정부가 10년 만에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하며 적 기지에 대한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갈수록 심각해져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데요, 북한의 군사 활동도 중대한 위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일본의 안보 관련 지침을 박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일본 정부가 16일 열린 각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 등이 포함된 3대 안보 문서의 개정을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안보 문서는 외교·안보 관련 기본 지침이 담긴 '국가안보전략', 일본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을 제시한 '국가방위전략', 그리고 방위 장비의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방위력정비계획'입니다.

이중 가장 주목할 문서는 10년 만에 개정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서에서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기존 미사일 방어망만으로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억지력 차원에서 '반격 능력 보유'의 필요성을 추가했습니다.

일본에 대해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무력행사 3요건'에 근거해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 차원'에서 상대의 영역에 유효한 반격을 가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원거리 타격' 방위 능력 등을 자위대에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무력행사 3요건'은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분명한 위험이 발생하며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으면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다만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선제 공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과 협력해 대처한다는 문구도 포함됐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동안 '반격 능력'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반격 능력은 미군에 의지한다는 정책적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통해 일본 자체적으로 관련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 빠른 군비 증강, 현상유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 등으로 엄중해지고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영어 번역)] "We can feel a rapid increase in the severity of the security environment around our country. In countries and the region surrounding our country, a strengthening of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a rapid military build-up and attempts to unilaterally change the status quo through power are becoming more pronounced."

개정 방위력정비계획에는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담겼습니다.

사거리 1천250㎞ 이상인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며 백 수십 km에 불과한 기존 '12식 지대함유도탄' 사거리를 1천㎞ 이상으로 늘리고 전투기와 함정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종합 미사일 방어와 정찰·감시 능력을 개선하고 우주·사이버 능력을 향상하며 자위대 내 상설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미 해군 소속 USS 배리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소속 USS 배리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도에는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명시했습니다.

2023년도부터 5년간 방위력 정비 비용으로 43조 엔, 약 3천 140억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일본은 '국가방위전략'에선 이 같은 방위력 강화의 배경으로 중국의 군비확장과 타이완 주변에서의 군사활동,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 등 주변 안보 환경의 악화를 꼽았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주변국들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개별 국가 중 가장 먼저 언급한 중국에 대해선 "최근 중국의 대외적 기조와 군사활동 등이 일본과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사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본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강화를 보장하는데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일본 국가안보전략] "China's current external stance, military activities, and other activities have become a matter of serious concern for Japan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present an unprecedented and the greatest strategic challenge in ensuring the peace and security of Japan and the peace and stability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well as in strengthening the international order based on the rule of law..."

일본은 지난 2013년 발표한 첫 국가안보전략에서는 중국을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선 "미사일 관련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북한의 군사 활동은 일본의 국가안보에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국가안보전략] "In recent years, North Korea has repeatedly launched ballistic missiles with an unprecedented frequency and in new ways, rapidly enhancing its capabilities. In particular, North Korea is making rapid progress in its missile-related technologies and operational capabilities, exemplified by its launching of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class ballistic missiles with a range covering the U.S. mainland, launching missiles in new ways including missiles flying with irregular trajectories, and launching missiles from various platforms such as TransporterErector-Launcher (TEL), submarines, and trains. When considered together with its rapid development of missile-related technologies, North Korea's military activities pose an even more grave and imminent threat to Japan's national security than ever before"

북한이 “올해 전례 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관련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변칙기동 미사일 발사, 이동식·잠수함·기차 등 발사 형식의 다변화 등을 통해 "미사일 관련 기술과 작전 역량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최대한의 속도로 핵 능력의 질적 양적 증강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선 "지정학적 맥락과 일본의 안보 측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기존 표현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북한 문제와 다른 사안 등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안보 분야를 포함해 일본·한국, 미한일의 전략적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 국가안보전략] "The ROK is a highly important neighboring country to Japan both in a geopolitical context and in regard to Japan's security. With the response to North Korea and other issues in mind, Japan will enhance Japan-ROK and Japan-U.S.-ROK strategic coordination, including in the area of security. "

러시아에 대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이란 기존 표현을 없애고 우크라이나 침공과 '일본 북방 영토' 주변의 군사 활동을 거론하며 '강력한 안보 우려(strong security concern)'라고 거론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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