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 남북 협력 의지 강조...통일부 "'중대과제'는 대화로 풀 문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남북한 체제경쟁이나 국력 비교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며 협력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먼저 풀어야 한다고 제시한 ‘중대과제’는 선결조건이 아닌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남북한이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체제경쟁이나 국력의 비교는 이미 오래 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함께 번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문 대통령은 또 “통일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과 북이 사이 좋게 협력하며 잘 지낼 수 있다”며 “8천만 남북 겨레와 750만 재외동포 모두의 미래세대가 공감하고 연대하는 꿈을 꾼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대화 진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 복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통신연락선 복원과 함께 북한이 한국의 선결사항으로 제시한 이른바 ‘중대과제’를 의식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발언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자신들의 자위력 강화 활동에 대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관점 또는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앞서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잠수함발사 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현장에서 ‘북한 도발’을 언급한 데 대해 반발해 비난 담화를 낸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중대과제가 선결과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의 중대과제 우선 해결 요구에 대해 “대화와 협력의 선결조건으로 보기보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북관계 특성상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기준으로 남북관계를 재단하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만 관철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 간 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도 함께 풀어가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중대과제 해결이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선 수용할 수 없는 조건임을 밝힌 발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 선결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거죠. 다만 대화를 가지면서 북한 비핵화와 함께 당연히 그것에 대한 보상 조치로서 북한이 이야기하는 이중기준이라든가 적대시 정책 이런 것들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론 대화 재개가 이뤄져야 풀릴 수 있는 문제다,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려는 입장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주로 미국을 겨냥해 쓰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최근 한국에게도 본격 제기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급속한 국방 첨단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홍 박사는 북한도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있다고 발표한 만큼 한국의 무력 증강 활동만을 대화의 걸림돌로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한국의) 중장기 국방계획이 나온 이후 그와 관련된 일련의 무기 실험이나 테스트가 이뤄지면서 북한이 상당히 예민해졌어요. 그러면서 소위 적대시 정책을 한국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문제 제기를 하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는 남북간 군사대화 그리고 후속적 군사합의 이런 프로세스가 아니면 사실상 이 부분은 당장 우리가 어떤 선제적 행동을 취해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가운데서도 한국에 대한 비난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진 당일인 4일 한국이 외세의 시대착오적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종하고 있다며 지난달 미-한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때 자신들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열차에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관련 논의가 이뤄진 데 대해 “자위적인 국방력 강화 조치를 ‘도발’로 걸고 들었다”고 비난했습니다.

5일엔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가 한국 군이 최근 발표한 공군 우주력발전 기본계획과 미래형 지상전투체계 아미타이거 4.0 도입을 위한 전투 실험 등을 거론하며 “한국 위정자들의 대화와 평화 타령이 불순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을 얻으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임재천 교수는 북한이 임기 말 남북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한국 정부에 대해 협상력의 우위를 점하려고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재천 교수] “북한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북한이 움직이는데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협상을 요구하면 반대로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그런 약점을 잡고 오히려 자신들의 협상 요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그것을 관철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한편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틀째인 5일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통화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도 북한 측이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에 이어 한국 측과의 함정 간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 호출에도 응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핫라인까지 정상 가동되면서 남북 군사 소통채널은 완전히 복원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