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지역, 새 군비경쟁 '열점'으로…미국, 중국 견제 속 대외정책 초점 이동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새로운 안보협의체 '오커스' 창설을 발표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새로운 군비경쟁의 열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정책의 중점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영국, 호주가 지난 15일 3자 안보연합체인 ‘오커스’(AUKUS) 창설을 전격 발표하고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우리는 3국 간 협력을 심화하고 공식화하기 위한 또다른 역사적 단계를 밟기로 했다”며 “우리 모두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바이든 대통령] “Today, we’re taking another historic step to deepen and formalize cooperation among all three of our nations because we all recognize the imperative of ensur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Indo-Pacific over the long term. We need to be able to address both the current strategic environment in the region and how it may evolve. Because the future of each of our nations — and indeed the world — depends on a free and open Indo-Pacific enduring and flourishing in the decades ahead — ahead.”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이 지역의 현재 전략적 환경과 그것이 어떻게 진화할지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개별 국가와 세계의 미래는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지속되고 번성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 나라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세 나라의 관여와 전략을 감안할 때 `오커스'는 특히 군사 분야에서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고 향후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당초 계획대로 대외정책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무게를 두며 동맹들과 중국에 견제를 한층 끌어올리면서 이 지역은 새로운 군비경쟁의 열점으로 떠오른 겁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국가인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 신설로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추진 기술을 지원하게 되자, 나토의 또다른 핵심국인 프랑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지난 2016년 호주와 체결한 잠수한 12척 공급 사업이 오커스 신설로 철회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로 한 것은 1958년 옛 소련에 대응할 목적으로 영국에 문을 열어준 이후 63년 만에 처음입니다.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 이전 대상으로 영국에 이어 호주를 고른 데는 호주가 이미 수 십 년간 경제, 군사, 기술 분야 등에서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활발하게 관여해 왔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커스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세 나라와 우리의 용감한 전투력은 말 그대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깨를 맞대서 서 있었다”며 “미국과 영국, 호주는 오랫동안 충실하고 유능한 파트너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nations and our brave fighting forces have stood shoulder-to-shoulder for literally more than 100 years: through the trench fighting in World War I, the island hopping of World War II, during the frigid winters in Korea, and the scorching heat of the Persian Gulf. The United States, Australia, and the United Kingdom have long been faithful and capable partners, and we’re even closer today.”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영국은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파트너 지위를 신청하는 등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앞으로 대외정책의 중심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두겠다며 이 지역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경쟁시대의 글로벌 영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지정학적, 경제적 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으로 관측하며 “영국은 이 지역의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위해 외교와 무역 측면에서 더 깊이 관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인도태평양 진출 의지를 밝히고 나섰습니다.

유럽연합은 오커스 신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6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경제, 군사, 정치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늘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 이 전략을 설명한 홈페이지 글에서 유럽연합의 역내 접근법은 협력에 관한 것이지 대결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다각적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을 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영국.호주가 중국을 겨냥한 오커스를 창설한 데 이어 유럽연합까지 중국 견제에 가세한 겁니다.

오는 24일 백악관에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협의체인 ‘쿼드’의 첫 대면 정상회의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미국이 나토와 쿼드 등을 앞세워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2018년부터 비정기적인 연합군사훈련을 수시로 실시하는 등 군사적 결속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지난달에는 중국 북서부 사막지대에서 최신 무기들이 동원된 중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화상 정상회담에서 2001년 체결한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어 7월에는 타지키스탄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미국 견제의 성격을 갖는 ‘상하이협력기구’에 참석해 별도의 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발표한 데 이어 이틀 뒤인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렸습니다.

같은 날 한국도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BM)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하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한 나라가 됐다고 한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