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베트남 수교 25주년, 교역 171배 증가...미-북 간 현실과 대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회담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과의 수교 25주년을 맞아 경제와 안보 등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수교 이후 171배 증가했고, 안보 협력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북한 모두 미국과 전쟁을 치른 적대관계였지만, 현실은 너무 대조적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악관은 미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응우옌 푸 쫑(75)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친서 교환을 통해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대변인 성명] “Both leaders committed to continuing to expand our Comprehensive Partnership by increasing people-to-people ties; partnering to ensure that trade,”

두 지도자가 평화롭게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인적 교류 확대,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과 투자 보장, 군사협력을 통한 전략적 협력을 증대하기로 약속했다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9일 브리핑에서 두 나라가 교역 등 경제발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중국의 매우 심각한 도전에 맞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두 나라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앞서 수교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동영상에서 미국과 베트남의 수교는 전쟁의 어두운 유산을 마주하며 시작된 “역사적 행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e began our work to overcome the devastation of war in the 1980’s, when we worked together to repatriate remains of American soldiers in Vietnam. This led to better ties and the formal re-establishment of our relationship in 1995.”

두 나라는 1980년대에 베트남 내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협력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극복하기 위한 일을 시작했으며, 이런 협력은 더 나은 관계와 1995년의 공식적인 관계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과 베트남은 전쟁의 상흔을 뒤로 한 채 수교 이후 놀라운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베트남 호치민 사이공항에서 화물 운반선에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수교 당시 4억 5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두 나라의 교역액은 지난해 774억 달러를 돌파해 무려 171배 증가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수교를 기폭제로 1998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가입하고 2000년 미국과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관세 장벽을 없애는 한편 2006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국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미국이 베트남의 비약적인 경제 부흥에 기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1990년대 초 60%에 달했던 베트남의 빈곤 인구가 현재 10% 이하로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적 교류 역시 급증해 지난해 기준으로 3만 명에 달하는 베트남 학생들이 미국의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군과 베트남군의 군사협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과거 우리는 전쟁터의 적이었지만, 지금 우리의 안보관계는 모두 협력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You know, in the past, we were opponents on the battlefield. But today, our security relationship is all about cooperation.”

지난 2018년 5월 미군 항공모함 칼빈슨 호가 베트남 다낭에 기항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칼빈슨 호가 미 항공모함으로는 베트남전쟁 이후 처음으로 다낭에 기항했으며, 3년 전 미국의 무기 금수 조치 전면 해제 이후 두 나라 군대가 안보협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관계 발전에는 국가경제가 바닥을 친 절박한 상황에서 이념과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베트남 지도부의 도이머이, 즉 쇄신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입니다.

베트남 수뇌부가 과거의 실패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과 공방을 벌이고, 당이 실수와 능력 부족을 인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천명했던 도이머이는 베트남의 옛 빈곤과 오늘의 번영을 가르는 분수령이 됐습니다.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의 빌딩 위로 해가 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부터 김정은 위원장에게 경제 번영을 위해 역사적 선택을 할 것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전달하며, 북한도 경제발전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동영상 내레이션] “하나는 후퇴하는 것. 아니면 다른 하나는 전진하는 것. 새로운 세계가 오늘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정, 신뢰, 선의가 있는 곳. 그 세계에 합류하십시오. 기회의 문들이 활짝 열릴 수 있는 곳. 전 세계의 투자, 그곳은 의학적 난관의 돌파. 풍성한 자원, 혁신적 기술, 새로운 발견이 있는 곳.”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을 만나 거듭 북한의 베트남식 경제발전을 언급하며 비핵화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f you look at what you've done in a short time, he can do it in a very, very rapid time - make North Korea into a great economic power.”

베트남이 단 기간에 이룬 성과를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아주 빠른 시간에 북한을 경제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고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개혁개방 대신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채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으며, 유엔은 13일 북한 주민의 절반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과 북한 모두 끔찍한 전쟁을 치르며 미국과 적대관계였지만, 두 나라의 현재 상황은 너무 대조적이라고 지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