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평통, 강도 높은 대남 비난… “미-북 협상에 ‘남북대화’는 방해 요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북한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비난하며 한국과 다시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북대화 상실은 한국의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맹비난했습니다.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는 겁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이 미-한 연합군사연습이 끝난 뒤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올 거라 망상하면서 미-북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 기웃거리지만 그런 미련은 미리 접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남북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됩니다.

조평통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미-한 연합지휘소훈련과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거론하며, 이 모든 게 북한을 궤멸시키자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시점에 버젓이 남북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의심스러울 뿐이라는 겁니다.

앞서 북한은 미-한 연합지휘소연습 첫 날인 지난 11일에도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연합연습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의 16일 기자설명회입니다.

[녹취: 김은한 부대변인] “그러한 발언은 남북정상 간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나간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북측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남 비난이 현재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대화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천식 전 차관] “지금 신년사라든지 이런 데서 남쪽에 대해 요구한 게 여러 가지가 있었잖아요. 그게 하나도 이행되지 않으니까 이제 남쪽하고 상대해봐야 될 일이 없다, 미-북 관계에서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남북관계에서 뭐 이뤄질 게 없다고 판단한 거죠. 그러니 남북관계 해봐야 지금 아무 소득이 없으니까 남북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여기에 더해 한국이 남북대화와 평화를 누차 언급하는 게 북한의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모든 관심이 북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맞춰져야 하는데 한국이 남북대화와 평화를 언급하면 할수록 한반도가 안정됐다고 보여진다는 겁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박사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만약 지금 남북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화에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상태에도 큰 만족을 표하고 있는데 남쪽이 자꾸 북한에 대화하자고 하면 한반도가 안정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니까 미국은 더욱 더 북한과 대화할 이유가 없는 거죠. 북한이 그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거예요.”

고 박사는 아울러 북한의 비난에는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아 대가 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