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LA를 시원하게 만드는 차열 포장...과거로 여행하는 증기기관차

차열 포장을 한 LA 도로 위로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무더운 여름, 도시는 시골 지역보다 기온이 더 높습니다. 바로 시멘트와 아스팔트 때문인데요. 어두운색의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태양열에 쉽게 달궈져 열을 많이 흡수하고, 또 흡수한 열기를 다시 뿜어내면서 도시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겁니다. 미 서부의 대도시 LA에선 도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열을 차단하는 일명 ‘차열성 포장’을 시범적으로 깔기 시작했는데요. 일반 아스팔트와 비교해 온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한번 확인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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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LA를 시원하게 만드는 차열 포장...과거로 여행하는 증기기관차

“첫 번째 이야기, LA 도로를 시원하게 만드는 차열 포장”

LA시 도로서비스국 직원들에게 올여름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아스팔트 도로의 기온을 낮추는 임무인데요. LA시는 몇 년 전부터 뜨거운 태양열을 적게 흡수해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특수 도로 포장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팟츠] “차열 포장을 한 도로의 온도를 한번 측정해 볼까요? 보시다시피 섭씨 49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번엔 도로 바로 옆 주택가의 아스팔트 주차장 온도를 한번 재어보죠. 이곳의 온도는 섭씨 62도를 가리키고 있네요. 그러니까 차열 포장을 한 도로와 그렇지 않은 도로의 온도 차이가 섭씨 10도 이상 나는 겁니다.”

LA 도로서비스국의 그레그 스팟츠 씨의 설명을 들으셨는데요. LA시는 앞으로 10년 안에 1천500개 구역의 도로에 모두 차열 포장을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그레그 스팟츠] “차열 포장은 아스팔트를 기본으로 한 도로 포장재인데요. 아주 얇게 발리는 게 특징으로 일종의 페인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0.1mm의 두께로 도로를 포장할 수 있어요. 이 특수 포장재는 LA시의 노면 상태 기준에도 부합합니다. 이걸 발랐다고 해서 거리가 더 미끄러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차가 많이 안다니는 조용한 주택가에 먼저 깔아본 겁니다."

LA시 당국이 이렇게 차열 포장을 시작한 이유는 지금 같은 추세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다 보면 LA 같은 대도시의 경우 기온이 더 크게 오르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LA시가 진행하는 차열 포장 시범 작업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그레그 스팟츠] “우리는 2014년에 시범 작업 시작했습니다. 당시 환경 단체들이 LA 도로에 차열 포장을 깔 것을 요구했죠. 하지만 당시 캘리포니아주에서 공공 도로에 차열 포장을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어요. 그래서 첫 시범 사업으로 15만 달러를 들여 15개 행정 지구에 한 블록(block), 즉 한 구역씩 포장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30만 달러를 들여서 40개 도시 구역에 차열 포장을 마쳤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시원해진 도로를 실감하는 듯했습니다.

[녹취: 라스] “도로에 차열 포장을 하고 난 이후 시 당국에서 설명서를 집집마다 나눠줬어요. 차열 포장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 거였는데요. 실제로 경험해 보니까 차이가 진짜 느껴집니다. 다른 동네에서 운전하다 우리 동네로 들어오면 그렇게 덥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LA시의 차열 도로포장은 아직 시범 단계에 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타이어가 차열 기능 미치는 영향 등 아직 확인이 안 된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A 도로서비스국은 차열 포장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업이 더 확장해서, 차가 다니는 도로는 물론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로에도 차열 포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롱크스의 1832년 개설된 스트래스버그 철로로 증기 기차가 달리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증기 기관차”

낡은 철로 위를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증기 기관차. 요즘은 디젤 기차나 전기로 움직이는 고속철도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증기 기차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830년대 등장한 미국의 증기 기관차는 175년을 달리며 미국의 서부 개척과 산업혁명을 이루어 냈죠. 이후 증기 기관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요. 여전히 증기 기차를 타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롱크스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로가 남아있습니다. 1832년 개설된 스트래스버그 철로로, 관광객들은 여기서 증기 기차를 타고 7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녹취: 스티브 배럴] “우리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잠시 과거로 돌아가 20세기 초반의 증기 기관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차여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트래스버그 역의 관리자인 스티브 배럴 씨는 나무로 만든 객실이 달린 증기 기관차들이 운행되고 있다며, 45분간 추억의 시골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티브 배럴] “과거에 스트래스버그의 철로는 외부 세계로 나가는 연결 통로였습니다. 이 철로는 대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철로까지 사람들과 짐을 운반하는 근거리 선로였어요.”

스트래스버그 열차의 일등석엔 20세기 초반의 흔적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등석 승객들은 하나 같이 오래된 증기 기관차를 타는 데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과거에 기차는 미국의 일부분이었다며, 과거에 기차가 어떻게 운행됐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 좋고, 낡은 기차의 덜컹거림과 느린 속도를 경험해 보는 게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기차를 타고 시골 광경을 보면서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트래스버그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펜실베이니아 철도 박물관’은 미국에서 가장 큰 기차 관련 박물관인데요. 이 박물관에선 미국 북동부 지역을 달렸던 철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녹취: 패트릭 모리슨] “우리 박물관에는 100점이 넘는 철도 관련 장비가 원형 그대로 전시돼 있습니다. 객차와 증기기관차, 화물차도 전시돼 있고요. 작은 소품들도 있습니다. 기관사가 입었던 제복이나 식당칸에서 사용했던 식기도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죠.”

패트릭 모리슨 철도 박물관장은 증기기관차의 경우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모리슨] “‘증기를 이용한 압력 차이로 수많은 객실을 연결해 이동하는 증기 기관차의 원리는 늘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증기 기관차의 흔적은 박물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긴 열차의 끝부분에 달려있던 승무원 칸은 오늘날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 있는 ‘레드 카부스 모텔(Red Caboose Motel)’은 승무원 칸 외부를 붉은색으로 칠하고 내부는 모텔 방처럼 꾸며 놓았는데요.

호텔 주인인 타일러 프리켓 씨는 투숙객들이 마치 박물관에서 자는 듯한 기분이 들 거라며, 레드 카부스 모텔은 기차 승무원 칸으로 만든 미국에서 가장 큰 모텔이자 개인이 소장한 것으로는 가장 많은 승무원 칸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흰 증기를 내뿜으며 전 미 대륙을 달렸던 미국의 증기 기관차. 지금은 펜실베이니아주의 단 7km 구간이지만, 과거의 추억을 즐기려는 세대는 물론, 어린아이들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힘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