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남-북-미 3각 정상외교 시동 걸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 여건

  • 윤국한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보이는 신문 기사를 노년 남성이 읽고 있다.

미국과 남북한의 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3각 외교의 시동을 다시 걸었습니다. 미-한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미-북 정상회담으로 진행돼 온 지금까지의 패턴이 이번에도 성사될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지난주 열린 미-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과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모색되고 있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남-북-미 정상이 주도하는 `톱 다운’식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필수적”이라는 데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 한 데 따른 겁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형식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간접 소통을 통해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미-한 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의 성격이 강한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예, 미-북 정상회담이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한 정상회담에 뒤이은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정상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남북한 정상의 지금까지 만남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미-한 정상회담이 먼저 열린 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미-북 정상이 만나는 패턴을 반복해 왔습니다. 미-한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이어 남북한 정상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 방안을 협의합니다. 그러면, 미-북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관계 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순서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 지난해 이후 미-북 정상회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세 차례, 그리고 미-한 정상회담이 네 차례 열렸습니다.

진행자) 세 정상의 3각 외교가 작동하려면 뭔가 공감대가 있어야 할 텐데요. 이번에도 그런 여건이 마련된 건가요?

기자) 기본적으로 세 정상 모두 양자 회동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한과 미-북 회담 개최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북 협상의 촉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혀 실현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빅 딜’식 일괄타결 해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북 정상회담은 현재 단기간의 과제는 아니며, 중간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이네요?

기자) 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새로운 메시지가 없으면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남북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한데다, 문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만남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남-북-미 3각 외교에는 정상들 간 개인적 관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훌륭한 관계’를 강조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언급할 정도로 신뢰관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린 정상회담은 바로 이런 관계를 토대로 성사된 측면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미-북 협상과 남북관계에서는 일반적인 예측을 뛰어넘는 사태 진전이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김 위원장의 결단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말하는 것일 텐데요, 성사될 경우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 정상의 만남은 특히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이행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