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 관여 움직임’ 엇갈린 반응…“‘예비 대화’ 한국 정부 고려한 듯”

미국 평창올림픽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한국대통령과 8일 청와대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과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대화의 동력을 만들었다는 평가로 갈렸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대화를 곧바로 협상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말하는 북한과의 대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며, 이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re is a confusion between sort of two definitions of talks. One would be diplomat to diplomat meeting, such as Joe Yoon or so-level, and others are six-party talk which is more formal negotiations.”

한 가지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급의 외교관들 간의 회동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공식 협상인 6자회담이라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북한과의 대화는 전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 동안에도 이처럼 외교 라인을 통해 북한 측 상대와 만날 의사를 보여왔지만, ‘뉴욕채널’을 닫아 버리는 등 대화를 꺼린 당사자는 북한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 연구원]“US diplomats were willing to meet with the North Korean counter parts, but it has been North Korea who had been really reluctant to have those meetings. They closed the New York channel.”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역시 대화와 협상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며, 김정은 정권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중요한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테리 한국 석좌] “Talking is not even negotiation. So I don’t think there is a significant change. It is still all about the sanctions and putting a lot of pressures on KJU’s regime”

이어 펜스 부통령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게 아니라 그저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라며, ‘예비 대화’는 관여 혹은 협상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테리 한국 석좌]”I don’t think Vice President Pence said we were ready to engage with North Korea what Vice President said is that we were willing to talk, just talk with North Korea, preliminary talk is not same as an engagement or even a negotiation.”

하지만 데이비드 스트로브 세종연구소-LS 펠로우는 펜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을 새로운 기류로 해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과거 미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대화 신호를 거부해온 만큼, 비핵화를 처음부터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고 북한과 탐색적 대화를 갖겠다는 펜스 부통령의 공개 발언은 미국 정책의 중요한 변화라는 겁니다.

[녹취: 스트라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The white house in the past, including President Trump personally has publicly sort of rejected those all kinds of signas. So the Vice President’s publicly expressed willingness to have an explorative talk with North Korea without the denuclearization in first put on the table is important change in the US policy.”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로브 연구원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다소 새로운 입장으로 보인다며, 이를 동맹인 한국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스트라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I suspect that Vice President Pence is taking somewhat new position, part of White House, because our allies,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 In who is very eager fo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begin both Inter-Korean negotiation which has already begun.”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미국은 동맹의 이런 입장을 계속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트로브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탐색적 대화’ 의지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 “It is the North Koreans who are the past 6 months or so has not been willing to have even normal communications with US.”

지난 6개월여 동안 기본적인 소통 조차 거부해 온 북한이 어떤 종류의 대화에도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아울러 미국이 갑자기 ‘관여’에 나설 경우,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참해왔던 국제사회 역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 특사는 펜스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새롭고 다른 접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갈루치 전 미 북핵 특사] “Mike Pence has laid out the possibility that US would talk with North Korea not with the commitment of weapons-free in peninsula. United States would talk to the North Korea without the commitment which is new and different.”

특히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한국과의 대화에 나섬으로써 문재인 행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밝은 분위기를 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이 최대 압박 캠페인만을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갈루치 전 미 북핵 특사] “North Korea reached over the Olympics and then over talks with SK, it was inevitable that Moon’s administration would want to follow up and open to such(create day light) mood.”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이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예고한 만큼, 미-북 대화에 대한 접근법에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라면서도, ‘전략적 유연성’이 앞으로 미-북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보다 많은 자유를 줬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디트라지 전 차석대표] “I think it is giving much more leeway from the negotiating. They are proposing unconditional dialogue with North Korea and this is much more flexible approach.”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것이고, 이는 훨씬 유연한 접근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