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 해상차단

  • 최원기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1월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의 일환으로 해상 차단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자 미국은 북한의 해상 운송을 차단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왜 북한의 해상 운송을 차단하려는 것인지, 그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당국자가 북한에 대한 해상 운송 차단 가능성을 최초로 거론한 것은 11월29일입니다.

당시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5형을 발사하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면서, 해상 보안 강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해상 차단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지만 새로운 수준의 해상 차단 방안을 의미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어트 대변인] “…So there is language that pertains to the maritime interdictions. It appears that this will be a new level of maritime interdictions, but yet some of those details are still being worked out…”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해상 운송 차단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으로 두 가지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것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이전에 시도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겁니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해지는데 그에 앞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해상 차단이라고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총사령관은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기존의 대북 제재에 허점이 많다는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석탄 등 광물 수출이 어려워지자 자국 선박을 제3국 선적으로 바꿔 수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을 파나마나 자메이카 선적으로 바꾼 뒤, 이 선박으로 석탄을 러시아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의 마셜 빌링슬리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지난 9월에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선적을 바꾼 북한 선박이 석탄을 밀수출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빌링슬리 차관보입니다.

[녹취:빌링슬리 차관보] “Intelligence community has provided to your committee today how vessels originate from China they turn off their transponders as they move into North Korean waters..”

북한 선박이 무선신호기를 끄고 중국을 오가며 석탄을 밀수출 하는 장면이 미 정찰위성에 포착됐다는 겁니다.

북한은 또 석유가 부족하자 바다에 배를 띄워놓고 환적하는 방식으로 기름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금별무역회사 소속 예성강 1호가 지난 10월19일 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부터 원유를 옮겨 싣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불법 해상 수송을 차단해야만 제재가 효과를 내면서 북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That would choke them up…They also do a lot of international trade, especially illicit trade, and if we cut that off that is going to take out big chunk out of their economy up to 40%.”

해상 봉쇄는 북한 국제무역의 상당 부분, 특히 불법 거래를 막아 북한경제를 최대 40%까지 도려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는 것이 해상 봉쇄보다는 해상 차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해상 봉쇄는 말 그대로 모든 선박이 원산, 청진, 남포 등 북한 항구에 드나드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해상 봉쇄는 국제법상 전쟁 행위에 해당되는데다 이를 적용하려면 별도의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국, 러시아가 이에 반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시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반면 해상 차단은 무기나 석탄, 석유 등 불법 물품을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차단, 검색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해상 봉쇄가 전면적이라면 해상 차단은 부분적인데다 지난 9월에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도 제한적이나마 근거 조항이 있습니다. 한국의 강경화 외무장관입니다.

[강경화 장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공해에서의 차단의 경우 기국의 동의 하에서 검색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PSI를 통해서도 해상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Well they are already authorized to do that. Under the PSI obviously, there are over 100 member states now. One would hope that was going on already”

100개국 이상이 합의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따라 북한에 들어가는 선박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존 맥로린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도 최근 ‘VOA’에 해상 차단이 하나의 옵션이라며, PSI 국가들과 함께 북한의 선박을 멈추고 안에 실린 물품을 조사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물론 해상 차단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북한을 드나드는 의심스런 선박을 차단하려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 같은 조치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또 한국 청와대도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제안이 없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대외무역 90%가 중국과의 거래인데다 대부분 육로와 국경지대 밀수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상 차단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미국에서 해상수송 차단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무자비한 자위적 대응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4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 상급회의를 소집해 대북 해상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제재 결의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