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제안에 북한 호응 기대”

문재인 한국 대통령(왼쪽)이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문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덕행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먼저 호응해 오면 거기에 따라서 실무적으로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 한국의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에서 과거 남북이 한 팀으로 출전했던 국제스포츠대회를 거론하며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5일 세계태권도선수권 조직위원회 주최 만찬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장 위원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남북회담을 22차례나 했고 다섯 달이나 걸렸던 선례를 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한 일부 종목의 분산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올림픽 전문가로서 좀 늦었다고 밝혔습니다.

장 위원의 발언은 경기장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인증 등 절차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올림픽을 일곱달 남짓 앞둔 현 시점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남북 단일팀 협상이나 선수단 개회식 공동입장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 선수들이 아직 없다는 게 큰 걸림돌입니다.

북한은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수준과 실력차가 커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과 쇼트트랙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일 북한이 동계올림픽 출전에 성공하면 남북 실무협의와 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대화를 통해 남북 동시입장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스포츠 교류 재개를 위해 직접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전면적으로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부터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체육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무주 세계태권도대회는 대통령이 가서 축사를 하기엔 맞지 않는 자리인데 그렇게 간 것은 결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인데 (국제사회 대북 제재 하는) 지금 분위기와는 맞지가 않죠. 그런 점에서 아마 태권도대회 축사에서 스포츠 말고는 다른 부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러나 제재와 대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연일 비난하고 있는 북한이 이런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일 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런 교류의 대가로 한국 측으로부터 외교안보적 또는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부] “아마 북한은 지금 태도로 봐가지고도 덥석 협력하기가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이면에서 다른 약속을 하기 전엔 이것만 단순하게 협력해주는 게 북한 입장에선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북한이 한국과의 교류 여부 보다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일단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