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남북 합의 지키면 협력 길 열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의 합의사항을 북한이 이행하면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북한의 합의 이행이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등 6개 항의 ‘8.25 남북 합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경우 남북 간 협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들이 오랜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 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8.25 합의의 향후 조치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남북한이 합의한 6개 항을 북한이 잘 지키면 그동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 등을 통해 제시한 교류와 협력 방안들을 실행에 옮기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8일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의 합의 이행을 전제로 원칙적 공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합의 내용 가운데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이 차질 없이 추진돼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번 이산가족 만남을 시작으로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이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활짝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그치지 않고 상봉 정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아직은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도발 후 합의하고 이를 파기하는 식의 행동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 “한국 정부는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는 데 대한 확신이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약속을 이행할 것을 한국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계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형중 박사는 또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을 높이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2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합의를 깨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