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한반도 평화, 용서와 화해를"

14일 한국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영나온 인사들 중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인사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14일)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용서와 화해를 통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알리탈리아 전세기편으로 도착했습니다.

역대 교황으론 세 번째 방한이고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 25년만의 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공직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평화를 위해선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게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And justice, as a virtue, calls for the discipline of forbearance…”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의는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뤄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특히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한국에선 이런 호소가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의 평화 추구 노력을 치하했습니다.

[녹취: 프란치스코 교황] “Korea’s quest for peace is a cause close to our hearts…”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며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과 전쟁에 지친 전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절실한 대의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맥락에서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외교가 가능성의 예술이며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진시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끝없는 도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환영연설에서 교황의 방문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교황이 아시아 지역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데에는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심어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립을 극복하고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와 화해의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수많은 생명을 한꺼번에 앗아갈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부터 중단돼야 할 것입니다. 핵 없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교황님을 비롯해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의 염원이라고 믿습니다”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박 대통령의 영접을 직접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가 오기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공항 환영행사에는 주한 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등 천주교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환영단에는 또 세월호 희생자 유족 4 명을 비롯해 탈북자,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범죄피해자 가족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78세로 아르헨티나 태생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제 266대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으로 선출됐습니다.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으로 비교적 유복한 가정 출신인 역대 교황들과는 달리 이탈리아서 이주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자랐습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로 종교를 초월해 전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세레명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가난한 자의 성자인 프란치스코의 삶을 따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엔 대전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을 위로할 예정입니다.

이어 오후엔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오찬을 갖습니다.

16일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 위의 시복 미사를 집전하고 음성 꽃동네에서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갖습니다.

17일엔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이 해미 순교성지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엔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한국의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난 뒤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열립니다. 이 미사에선 특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있을 예정입니다.

교황은 미사를 끝으로 4박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떠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