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계속 퍼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연장이 가능한 개헌 움직임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영국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한 지 석 달째인데요. 지금은 특히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세가 무섭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중순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10일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또 사망자도 거의 500명에 달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루에도 확진자가 1천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흘 연속 1천 명대로 늘었습니다. 9일 하루에도 1천800명 정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기록을 경신했는데요. 하지만 의료용품이나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서 이탈리아 의료진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확진자도 많지만, 사망자도 많이 나온다고 했죠?
기자) 맞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이 5%가 넘는데요.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치사율 3.4%보다 훨씬 높은 겁니다. 참고로 중국은 3.8%, 한국은 0.7%대 치사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치사율이 특별히 높은 이유가 뭡니까?
기자) 정확한 분석은 현재로서는 어렵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탈리아가 일본에 이어 고령자가 많은 나라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27%고요. 이탈리아가 23%입니다.
진행자) 사망자 다수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망자 다수가 평소에 병이 있었던 60대에서 90대 노인들로 알려졌는데요. 이탈리아 당국은 사망자 평균 나이가 81살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이동 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내놨군요?
기자) 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10일 자로 전국 모든 지역에 이동제한령이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들이 있는 북부 15개 지역에만 이동 제한 조처를 내렸는데요.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자 하루 만에 전국으로 제한 범위를 넓혔습니다.
진행자)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발동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가 나타날까요?
기자) 꼭 필요한 업무나 건강, 또는 응급 상황을 제외하곤 6천만 이탈리아 사람 모두 집 밖 출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모든 문화 공공시설도 문을 닫고, 학교도 휴교하고요. 운동 경기도 중단됩니다. 이 조처는 다음 달 3일까지 유지됩니다.
진행자) 이탈리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반면, 중국에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보건당국은 9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는 19명, 사망자는 17명 발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10명 대로 떨어진 건 처음입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행보가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시진핑 주석이 10일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를 찾았습니다. 시 주석이 우한시를 방문한 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사태 초기에는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우한시를 방문했었죠?
기자) 맞습니다. 반면에 시 주석은 베이징 시내 병원을 시찰하고 긴급 정치국 상무회의를 개최해 사태를 논의하는 등 행보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정작 가장 피해가 심각한 우한시를 찾지 않아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이제 전격적으로 우한시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중국 내 상황이 다소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문했는데요. 중국 CCTV는 시 주석이 일선 병원을 둘러보고 현지 의료진을 격려하는 등 모습을 전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이런 시 주석 행보를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실상 종식했음을 알리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제 전 세계적 상황을 한 번 볼까요?
기자) WHO 집계로는 10일까지 전 세계 110개국에서 11만3천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4천 명이 넘습니다. 미국에서는 36개 주 이상에서 7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뉴욕주 뉴로셀 지역에 '방역 구역(containment zone)'을 설정했습니다.
진행자) 방역 구역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기자) 바이러스가 퍼진 곳으로 보이는 한 유대교 회당 주변 반경 1.6km 안을 방역 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조처로 해당 구역 안에 있는 시설들은 2주간 문을 닫습니다.
진행자) 한국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한국은 현재 확진자 7천500여 명, 사망자는 60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집단 감염자가 나온 대구,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 확산 속도가 안정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당분간 모든 외국인에게 빗장을 걸어 잠그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9일 기준 이스라엘에서 확진자가 모두 42명인데요. 이스라엘 정부는 더 이상 확산을 막고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해 12일부터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방침입니다. 단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하기로 할 경우 이를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자가격리할 장소를 제출하지 않으면, 입국이 금지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말을 했군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이 10일 의회에 나왔는데요. 대통령 출마 자격과 관련한 개헌 추진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만일 헌법재판소가 승인하면 헌법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의회가 최근 개헌 방안을 논의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의회가 대통령 임기 규정을 고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대통령은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총 2번까지만 중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대통령이 헌법으로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연임하고 중간에 시간을 두면 나중에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중간에 시간을 두면 계속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지금 네 번째 임기죠?
기자) 네.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두 번 대통령을 했고요. 총리로 있다가 2012년에 대통령으로 복귀했고, 2018년부터 네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는 한 번 연임하면 다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푸틴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으니까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4년이 지나면 다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의원이 최근 흥미로운 제안을 했는데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대통령 입후보 제한을 없애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진행자) 이게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제안입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애초 헌법 개정안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네 번이나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다시는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테레슈코바 의원이 제안한 방안은 이런 제한을 없애자는 겁니다. 다시 말해 푸틴 대통령의 대통령 재직 횟수를 ‘4’에서 ‘0’으로 해주자는 겁니다. 이런 제안을 한 테레슈코바 의원은 세계 최초 여성 우주인으로 러시아에서 아주 유명합니다.
진행자) 이 조항이 실현되면 푸틴 대통령이 더 오래 대통령직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4년에 임기가 끝나는데, 이때 치를 대선에서 이기고, 한 번 연임하면 오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습니다. 올해 푸틴 대통령이 67세인데, 2036년까지 집권하면 나이가 80세가 넘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의회에 나와서 바로 이런 방안에 대한 자기생각을 밝힌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의회에서 강력한 대통령이 러시아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언젠가는 강한 대통령이 필요 없을 때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테레슈코바 의원이 제안한 방안을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승인할까요?
기자) 러시아 헌법재판소가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방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로 헌법개정안은 오는 4월 국민투표에 부쳐지는데요. 야권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다시 장기집권 음모를 획책한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국 정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사' 장비 사용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정부가 지난 1월, 자국의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사 제품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하지만 집권 보수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30명에서 50명 정도가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영국 하원 내 전체 보수당 의원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해 12월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전체 650석 중 365석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30명에서 50명 선은 결코 많은 수는 아니고요. 반대파 의원들도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데는 수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부에 경고를 보내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들 의원은 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중요한 국가 기간 산업 분야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만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 호주 등도 화웨이 제품을 전면 배제하고 있다며 영국도 이들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지금 동맹국들에 화웨이사 제품 사용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화웨이사가 중국 정부와 협력해, 다른 나라 안보 기밀을 빼돌리고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는 등의 불법 활동을 자행해왔다고 보고 있고요. 이에 따라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의 최대 우방국의 하나인 영국이 화웨이사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결정한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정부는 민감한 핵심 부문은 화웨이의 사용을 일절 배제하고, 비핵심 부문 역시 35% 이상 참여하지 못하게 제한을 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의 거래는 미국의 정보 공유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며 영국 정부에 전면 재고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