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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기획 시리즈: 5.24 조치 1년] 북-중 경협 가속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남북간 경제협력과 교류협력이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관계도 꽉 막힌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두 차례에 걸쳐 5.24 조치 1년을 점검하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5.24 조치 이후 북-중 경협이 가속화되는 움직임에 대해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2월 중국에 라진항의 4,5,6호 부두에 대한 50년간의 사용권을 주기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중국 훈춘 부근 권하에서 북한 라진으로 이어지는 원정교도 확장됐습니다.

지난 1년간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움직임이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천안함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한국 정부가 5.24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 뒤 북한이 가중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북-중 교역액은 34억6천6백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무려 32%나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중 교역 의존도는 전체 교역의 80%를 넘어섰습니다.

북한 내륙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과 합작 생산해 한국시장에 되팔았던 섬유류와 일부 수산물들도 중국시장에 팔아 북한의 지난 해 대중 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2 배나 늘어났습니다. 무역협회 심남섭 남북교역 전문역입니다.

“북한의 수입은 자국의 소비를 위해서 수입을 하는 게 있는데 남한과 교역이 끊기다 보니까 그 수요 충당 부분을 중국을 통한 수입 쪽으로 전환했구요, 과거에 남북 교역을 통해 수출하던 물량이 남쪽으로는 완전히 막히다 보니까 그 물량이 중국 쪽으로 이전됐다고 보면 맞을 겁니다.”

북한은 자원개발권도 잇따라 중국 기업에 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북 투자액 가운데 70%가 지하자원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황금평과 라선특별시 등 북-중 접경지역의 특구 개발이 최근 들어 부쩍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압록강 하류의 섬인 황금평은 개성공단과 유사한 경공업 업체들을 위한 임가공 단지로, 그리고 라선 특구는 중국의 동북 지역 개발계획인 이른바 창-지-투 개발계획과 연계된 물류 기반시설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동안 시간을끌며 소극적이던 북한이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말에 있을 훈춘과 라진항을 잇는 도로보수 공사 착공식과 황금평 개발 착공식에는 두 나라의 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민간경제연구소인 IBK경제연구소의 조봉현 박사는 중국업체들이 인건비 의존도가 높고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업종을 중심으로 황금평 진출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근로자보다 북한 근로자를 썼을 때 인건비를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구요, 반대로 품질은 훨씬 더 높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의 식품업체 의류업체 일부 전자부품업체 광물 가공업체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라선특구는 중국 정부가 창춘과 지린 투먼을 연결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른바 창-지-투 개발을 위한 핵심 물류시설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한다면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체제 유지라는 정치적 문제가 여전히 경제개방의 발목을 잡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역적으로 봐서 황금평이나 라선이라는 고립 분리된 지역을 택했다고 볼 수가 있겠구요, 양 지역에서 들어가는 효과는 북한경제 입장에서 본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서 체제에 영향이 미쳐진다고 판단되면 다시 또 뒤로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중간 경협이 가속화하는 움직임에 신중하면서도 궁극적으론 북한의 개혁개방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방송좌담회를 통해 북-중 경협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 북한 사람들과 김정일 위원장도 자주 불러라, 제 생각에 둘이 왔다 갔다 해야 북한이 변화와 개혁을 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 갈 개혁개방의 방향은 중국이 좋은 모델입니다, 그러니까 봐야 되는 거에요.”

한국 정부 당국자는 아직까지 북한의 특구 개발이 시작단계일 뿐 실효를 거둘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급속도로 기울어지면 남북 관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입니다.

“북-중 경협이 북한의 개방, 북한의 대외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또 머지 않아 남북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고 경협이 확대되면 오히려 북-중간 경협이 일정 부분 남북간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북-중 관계 전문가인 광운대학교 신상진 교수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밀착이 국제사회의 고립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북-중 경협이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남북관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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