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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기획 시리즈: 5.24 조치 1년] 남북 교류협력 실태와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남북간 경제협력과 교류협력이 거의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관계도 꽉 막힌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5.24 조치 1년을 점검하는 세 차례의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5.24 조치 이후 남북간 교류협력의 현 주소를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난 지 나흘 만인 지난 해 5월 24일. 한국 정부는 남북교역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결연한 의지로 북한에 대해 단호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첫째 남북교역을 중단합니다.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 반입을 금지할 것입니다. 둘째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를 불허합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현재 남북간 교역은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난 해 남북 일반 교역은 1억 1천 8백만 달러로, 2009년보다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원부자재를 북한에 보낸 뒤 완제품으로 가공해 들여오는 위탁가공도 22% 감소했습니다.

대북 지원도 775억에서 3백억원으로 61% 급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은 5.24 조치로 지난 1년간 북한이 약 3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올해 예산(57억 달러)의 5%에 해당하는 액숩니다.

현재 한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은 개성공단 임금 5천만 달러(연간)가 유일합니다.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 북한으로 유입된 쌀, 비료와 현금 규모가 연평균 7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셈입니다.

지난 해 10월 탈북 한 한 지방 간부는 지난 해 9월 당 대표자회에 참석하는 지방 대표들의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당 대표자회에 참석한 명예 위병대에게 선물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북한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5.24조치로 북한 주민들의 생계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무역을 하는 한 탈북자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조개잡이나 모래 채취에 동원돼 생계를 잇던 주민들이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조개잡이 등에 동원돼 밀가루, 옥수수 등을 받아왔는데 남북교류가 중단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일거리를 잃어버렸어요. 제재 때문에 식량 지원도 잘 안되고 많이 힘들어하죠.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따른 잇단 대북 조치로 북한 내 시장 쌀값이 오르는가 하면, 한국 정부의 비료 지원이 끊기면서 북한 내 비료난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현재 중국산 비료 1kg 당 북한 장마당에서 1천9백-2천원으로 거래되는 등 가격이 크게 뛰었다며 이는 쌀 1kg과 맞먹는 액수라고 전했습니다.

석 달 전 북한을 떠난 한 양강도 주민은 탈북 당시 혹한과 경제난으로 화폐개혁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아사자가 나왔을 정도라며, 먹고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현재 중국이나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중국과의 밀수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 사는 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밀수할 원천도 없고 사는 게 한심하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오는 선만 알면 오고 싶다고 하고 탈북자 가족을 알고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합디다.

북한 당국도 다급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남측 인사들에게 식량 지원을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북측 관계자들과 만난 한 민간단체 관계자입니다.

남측과 만나는 자리에선 반드시 식량 지원을 요청합니다. 이번에 개성에서 만났을 때 북한에서 적극적으로 식량을 요청했고, 종교단체들에게도 식량을 요청했어요. 쌀이 안되면 밀가루라도 요청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부족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북-중 경협을 본격화하는 한편 유일한 현금 창구인 개성공단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실제 5.24조치 이후에도 북한은 근로자 3천 여명(올 3월 기준)을 추가로 투입해, 지난 해 개성공단 교역규모는 전년보다 53%나 급증했습니다.

5.24 조치로 피해를 입은 것은 북한 만이 아닙니다. 한국 내 8백 여 개 대북 교역업체와 위탁가공 업체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남북경협 업체 피해 실태를 조사한 통일연구원 김영윤 박사입니다.

1백 개 기업들을 조사해보니 피해가 4천8백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각 기업이 적어도 40억원 이상의 피해가 있는 걸로 집계됐구요.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이 단절된 것까지 합하면 남한의 피해 규모는 4조8천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20여 년간 대북 사업을 해온 남북농림수산물사업협의회 박영일 회장은 북한의 경우 남북경협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워주고 있다며 5.24 조치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북 농림수산물 업체의 경우 5.24조치 이후 34만 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안 팔아도 중국에 팔 수 있습니다. 북한산이 한국 농수산 시장의 50-60%를 장악하고 있는데 서민 식탁과 직결되는 꼬막 고사리 등의 가격이3-4배로 뛰었어요, 실제로 10,100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봅니다.

경협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해 5•24 조치 이후 실제로 파산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냈습니다.

대북 지원 사업을 해온 민간단체들도 절반 이상이 대북 사업을 포기하거나 북한 이외 지역을 돕는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협업체들과 지원단체들은 5.24조치 1년을 맞아 한국 정부에 5.24조치를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23일 열린 대북 지원단체들의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남북의 군사적 정치적 긴장과는 별개로 수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것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에 요청합니다.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가져주십시오. 물자 반출과 방북 제한 조치를 조속히 완화, 해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한국 내에선 5.24조치가 북한에 잘못된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 북한 주민과 남측 기업들의 고통 가중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5.24 조치를 지속한다는 방침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천안함 사태 직후 북한 당국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천안함 폭침은 미군이 한 짓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공개적으로 사과할 가능성은 낮다며 남북간 긴장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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