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의 핵심 부품인 '핏(pit)' 제조시설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영국의 국제 비영리 군비통제 연구기관이 밝혔습니다.
핏은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금속 형태로 정밀 가공한 핵탄두의 핵심 부품으로, 이것 없이는 핵무기 완성이 불가능합니다.
영국의 '검증연구훈련정보센터(VERTIC·버틱)'는 캐나다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기존 핵보유국의 핏 생산시설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해 고방사성 물질 가공 시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수 환기·냉각 장치, 다중 보안 경계선, 고배기 굴뚝 등의 외부 지표를 도출한 뒤 이를 북한에 적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표들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중심지인 영변 핵과학연구센터와 핵무기 저장시설로 의심되는 영저동, 미국 정보당국이 핵탄두 부품 가공시설로 평가한 월로리에 적용한 결과 세 곳 어디에서도 핏 생산시설임을 시사하는 뚜렷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처럼 핏 제조시설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향후 어떤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그 이행을 검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핏 생산시설을 먼저 파악하고 해당 장비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최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용 부품이 어디서 제조되는지 알 수 없다”며 “북한은 2007년 영변에서 생산한 플루토늄 금속을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했는데 영변 관계자들조차 그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현재 안전 기준을 무시하거나 지하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핏을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위성으로 포착되는 외부 지표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대규모 현대식 시설이 필요하게 되며, 플루토늄과 우라늄 가공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열·방사능 오염·자연발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안전·환기 시설이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핵공급국그룹(NSG)의 이중용도 품목 통제가 초정밀 장비에만 맞춰져 있어 기초적인 핏 생산에 쓰이는 저사양 장비의 북한 유입을 막지 못했다면서 대북 제재의 허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더 고도화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새로운 장비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핏 관련 가공 장비와 물질에 대한 무역 통제를 지금부터 강화하는 것이 북한 핵무기 고도화를 억제하는 현실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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