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을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북한 해킹 조직의 가상자산 탈취를 막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북한과 이란 등의 제재 회피 시도에 취약하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이른바 '디지털 자산 시장 클래러티 액트(Clarity Act)'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 자산의 분류 기준과 연방 규제기관의 역할, 시장 참여자의 공시 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입니다.
지난해 하원을 294대 134로 통과한 데 이어 올해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통과했으며, 현재 상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상원 은행위와 농업위의 법안을 통합한 최신 수정안은 지난 22일 공개됐습니다.
의사 진행 방해를 막으려면 60표가 필요한 만큼, 공화당 단독으로는 표결 통과가 어려워 민주당 의원 7명 안팎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법안 주도 의원들은 8월 의회 휴회 전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수년간 입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법안 지지 측은 특히 이 법이 북한의 불법 가상자산 탈취를 막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안을 주도해온 신시아 루미스 상원 은행위 디지털자산소위원장은 26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라자루스 그룹 같은 악의적 행위자들은 현행 암호화폐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다"며 "클래러티 액트는 재무부에 새로운 제재 권한을 부여하고, 기업들이 의심 거래를 자금 이동 전에 동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03조가 이란을 겨냥한 암호화폐 제재 권한을 강화하고, 305조가 거래소로 하여금 북한으로 향하는 불법 자금을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의 303조는 재무부가 특정 외국 국가나 금융기관을 디지털 자산 분야의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일단 지정되면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해당 국가나 기관과의 자산 이전을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금융기관에 적용되던 애국자법 기반의 대외 제재 체계를 디지털 자산 거래에도 확장 적용하는 것입니다.
305조는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사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불법 활동과 연관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최대 30일간 자발적으로 일시 동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으로, 수사 당국이 서면으로 요청할 경우 동결 기간을 최대 180일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루미스 의원은 이 조항이 거래소로 하여금 북한으로 향하는 불법 자금을 이동 전에 사전 차단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루미스 의원은 앞서 지난 22일 공개한 성명에서 "미국은 항상 금융 혁신의 선두에 있었으며,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 디지털 자산 분야를 이끌어 나가도록 이 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도 22일 성명에서 "클래러티 액트는 일반 미국인과 그들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고, 범죄자와 외국 적대 세력이 우리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법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법안에는 북한과 이란 등 외국 국가 행위자와 연관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전담 수사 센터 설립과 수사관·검사 훈련 프로그램 신설,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암호화폐 사기 대응 공동 태스크포스 구성 조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오히려 이 법안이 북한 등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허점을 넓힐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은행위 간사는 상원 은행위원회 성명을 통해 "현재 법안대로라면 클래러티 액트는 제재 회피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워런 의원은 탈중앙화 금융, 즉 디파이(DeFi) 부문과 일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차단 의무를 완화하는 조항들이 북한, 이란, 러시아, 중국 등이 가상자산을 불법 송금에 이용할 구조적 취약점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의 상당 부분을 가상자산 탈취로 충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은 2025년 한 해에만 20억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했으며, 올해는 4월 한 달에만 역대 최다 해킹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피해액은 이미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디파이라마는 집계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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