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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30년만에 헌법개정


터키에서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군부의 무력 정권탈취를 막고 국민의 자유와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는데요. 일부에서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오랜 전통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12일 실시된 터키 국민투표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요?

답) 예. 약 5천만 명의 터키 유권자 중 77%가 투표에 참여해서 59%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터키에서 헌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 1980년 이래 처음입니다.

문) 투표 전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이 팽팽하게 나왔었는데, 지지표가 많이 나왔군요.

답) 개헌안 통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 AKP이 더욱 힘을 받게 됐습니다. 에르도안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Erdogan in Turkish]

에르도안 총리는 “쿠데타를 지지하는 사람들 만이 패배했다. 민주주의가 진보했기 때문에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나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나 모두 승리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쿠데타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답) 프랑스어로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인데요. 무력을 사용한 불법적인 정권 탈취입니다. 터키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무려 4차례의 쿠데타를 경험했고요, 이 기간 동안 60만 명이 넘는 터키 국민들이 감옥에 갇히고 45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문) 에르도안 총리가 “쿠데타를 지지하는 사람만이 패배했다”고 했는데, 어떤 뜻인가요?

답) 이번 개헌안은 헌법 내용 중 26개 조항을 수정했는데요. 특히 군부와 사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해산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제한했습니다. 쿠데타 주모자들에 대한 기소 면책 특권을 폐지하고, 군 간부를 군사법정이 아닌 일반법정에서 재판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문) 사법부의 권한은 어떻게 제한했나요?

답) 헌법재판소와 판사,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판검사최고위원회를 의회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고요.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권을 제한했습니다.

문) 터키에서 쿠데타가 많이 일어난 배경이 무엇입니까?

답) 터키는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지만, 1924년 터키공화국이 세워진 이후 ‘세속주의’를 유지해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군부는 이슬람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전복시키고, 헌법재판소는 이슬람 성향의 정당 26개를 해산시켰습니다. 세속주의를 지킨다는 명목이었죠.

문)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번 개헌을 반대하고 있겠군요?

답) 예. 야당인 공화인민당은 새로운 헌법이 모든 권력을 한 사람에게만 몰라준다며, 세속주의를 약화시키고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 계 지도자들은 개헌안이 소수민족 차별 문제를 경시했다고 반발했습니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야당과 쿠르드인들의 반발로 7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약 90명이 체포됐습니다.

문) 이번 헌법 개정에서 또 주목할만한 내용은 무엇이 있습니까?

답) 국민들의 자유와 권한이 크게 강화됐는데요. 사생활 보호, 노동조합의 단결권 확대,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또 여성에 대한 차별도 철폐했고요.

문)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는데요.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답) 우선 터키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 EU는 이번 개헌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 안젤라 필로테 대변인은 터키의 개헌에 우려되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필로테 대변인은 그러나 표현, 종교의 자유 등 근본적인 개혁조치들 또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터키 국민이 개헌을 통해 터키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개헌에는 인권 보호와 노동자 권한 확대 등 긍정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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