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가가 가족 3대에까지 이어지는 곳, 북한. 종교 활동 자체가 ‘반국가 범죄’로 규정되면서, 조직적 종교는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전례 없는 수준의 통제와 탄압—북한의 종교 자유 실태를 짚어봅니다. VOA 이조은 기자입니다.
김씨 일가의 종교, 주체사상
전문가들은 북한의 종교 탄압을 이해하려면 먼저 북한 체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워싱턴의 북한 인권 연구기관HRNK(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사실상 자체적인 종교를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일성주의는 ‘유일사상 10대 원칙’과 같은 규범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며, 외래 종교는 김씨 일가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됩니다.
성분 제도 — 태어나면서 결정되는 신분
북한의 종교 탄압은 성분 제도에서 시작됩니다. 주민을 출신 성분에 따라 '핵심', '동요', '적대' 3개 계층으로 분류하는 이 제도에서 종교인은 '적대 계층'으로 분류됩니다. 한번 적대 계층으로 분류되면 교육, 취업, 거주지, 배급 등 모든 사회적 기회에서 차별을 받으며, 이 신분은 자녀와 손자에게까지 대물림됩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아시프 마흐무드 부위원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연좌제에 따라 3대에 걸친 가족 모두가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질 수 있다"며 "거의 20년간 인권 분야에서 일해왔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다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 성경도 불법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종교 탄압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외래 문화와 종교 서적의 유입을 광범위하게 금지하며, 성경을 포함한 종교 자료의 소지와 유통도 불법으로 규정합니다. 한국 영상물이나 음악을 접하는 행위에는 최대 수십 년의 강제노동형이나 사형까지 가능하고, 부모 책임까지 묻는 조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후 개정을 통해 처벌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청소년교육보장법 — 다음 세대를 겨냥하다
2021년 제정된 청소년교육보장법은 청소년층까지 통제 대상을 확장한 법입니다. 종교 활동과 신념 전파를 금지하고 이를 범죄와 동일시하며, 외부 문화에 노출되기 쉬운 청년 세대를 강하게 통제합니다. 스칼라튜 회장은 K-콘텐츠 확산으로 청년층이 외부 문화에 영향을 받는 상황을 북한 정권이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국 정부의 평가
지난해 발표된 미국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북한에서 종교 활동이 정치 범죄로 간주돼 자의적 체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이 유엔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반국가 범죄자'에 대한 공개 처형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USCIRF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세계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 중 하나로 지목하며, 국무부에 북한의 '특별우려국' 지위 유지를 촉구했습니다.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 종교의 자유는 이 나라가 세워질 때부터 중요한 기반이 된 핵심 이념 중 하나"라며 “북한 주민들도 자신이 가진 종교적 신념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런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