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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김정은의 북한] 4. 경제 회생 가능할까?


고려호텔 20층 객실에서 내려다본 밤새 공사가 진행된 인근 공사장.
고려호텔 20층 객실에서 내려다본 밤새 공사가 진행된 인근 공사장.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빠른 속도로 권력승계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4개월 사이 인민군 최고 사령관과 노동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차례로 거머쥐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새 지도체제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김정은과 그의 권력 체계를 조망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김정은 체제 아래서 파탄에 빠진 북한경제가 회생 가능할 지 살펴봅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은 지난 달 열린 일련의 정치행사를 통해 당, 정, 군을 모두 장악하는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3대 세습을 완성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선로동당 제1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이 같은 영광만 물려받은 것은 아닙니다. 사망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파탄 난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된 것입니다.

북한은 90년대 이후 극심한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무엇보다 외부의 원조가 없으면 주민들이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과 자주 연락하고 있는 서울의 탈북자 김승철 씨는 북한의 식량난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철 탈북자] “이제 북한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내부적으로는 식량난이 굉장히 심하고, 보통 농번기가 끝나면 그런 게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그 전에 시작됐으니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잖아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달 18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클린턴 국무장관] Be the kind of leader that now can…”

인민을 교육하고 체제를 개방하며, 인민들이 그들의 재능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수많은 인민들을 굶주리게 한 실패한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제1위원장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는 듯, 지난 달 15일 사상 첫 대중연설에서, 주민들이 더 이상 경제 문제로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제1위원장]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

김정은은 앞서 지난 달 6일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을 대상으로 한 담화에서도 주민들의 생활 문제를 풀고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현 시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 산하 미한연구소 방문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박사는 북한의 경제팀 개편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만수로프 존소홉킨스 방문연구원] He revamped his economic team…

김정은이 경제팀 개편를 통해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내각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개혁 성향의 경제 관리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도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There is some interest in trying to rationalize..

그 동안 경제계획에서 제 역할을 못했던 내각에 힘을 실어준 것은 김정은이 적어도 합리적인 경제계획을 세우는데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것입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현대경제연구소의 홍순직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경제 회생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북한경제 회생이 자력갱생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설비노후화라든지, 자본도 없고, 노동력도 한계가 있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외부의 수혈을 통한 경제 재건이 불가피한데, 그것이 바로 개방이라는 거죠.”

홍 위원은 김정은이 개방을 선택할 것이란 주장의 근거로, 젊고 유학생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실세 측근인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경제 개방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당장은 체제 유지를 위해 선군정치를 유지하겠지만, 어느 정도 체제가 안정되고 나면 군인들을 경제 현장에 투입하는 선군경제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경제 회생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소니 김 연구원은
김정은이 아직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추구할 만큼 권력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앤소니 김 헤리티지재단] “ 김정은의 제약은 자신이 그것을 펼치려고 해도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그 안에서 개혁 성향의 세력을 확대하는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죠.”

김 연구원은 따라서 김정은이 당분간은 의미있는 경제 개혁의 토대을 마련하기 위해서 내부정리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 해도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 북한경제 문제를 풀어내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문제 해결이 내부적으로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결국 외부로부터의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조 위원은 김정은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외부로부터 대규모 식량과 원유 지원을 받고 투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가능성 등 도발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으로서는 경제 개혁개방에 부정적인 군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해거드 교수는 김정은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어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UCSD 교수] I still thing they are confused in their policy…

한편에서는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도발 행동으로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엇갈린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경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아웃트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체계를 조망하는 `미국의 소리’ 방송의 기획보도, 내일은 마지막 순서로 대외정책 전망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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